MBC 최승호 사장 체제에서 첫 단독 보도로 내놓은 기사에 대해 청와대가 부인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MBC는 복수의 취재원으로부터 사실 확인을 거듭한 내용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MBC는 11일자 톱 뉴스로 단독 타이틀을 달고 ‘이례적 중동 특사 파견… MB 비리 관련?’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MBC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중동으로 특사 방문한 진짜 이유는 “과거 정권의 비리 문제와 관련돼 있다고 정부 관계자가 MBC에 밝혔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임 실장의 중동 특사 방문 이유에 대해 “중동지역 파견부대의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아크부대와 레바논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활동 중인 동명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진짜 방문 이유는 MB 정권의 비리와 연관된 중동 국가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라는 게 MBC 보도였다.

MBC는 청와대 2인자가 시계를 배달하러 중동에 갔을 리 없다는 의문이 제기됐고, 송영무 국방장관이 불과 한달 전에 격려차 파병부대를 방문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MBC는 “눈길을 끄는 건 임 실장이 아랍에미리트의 실질적 통치자인 모하메드 왕세제를 만났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09년 20조 원 규모의 한국형 원전 수주를 계기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워진 인물”이라며 “때문에 외교가에선 원전 관련 의혹이나 MB 비리에 대한 본격 조사에 앞서 임 실장이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전하고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사로 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청와대의 설명과 달리 임종석 비서실장의 중동 방문은 이명박 전 대통령 비리와 관련돼 있으며 청와대가 비리 조사에 앞서 사전 준비 작업의 일환으로 협조를 구하기 위한 방문이었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임종석 비서실장은 UAE 쉐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를 현지 시각 12시에 왕세제 거처인 씨 펠리스에서 40여분간 접견했다”면서도 “임실장과 모하메드 왕세제는 면담 내내 상호간 신뢰와 존중에 바탕하여 솔직한 대화를 나누었고, 양국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MBC 보도가 나오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임종석 실장이 이전 정권 비리와 관련해 중동지역을 방문하였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MBC에 정정보도를 요청한다고 밝혔고, 이어서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나서 “오늘 일부 방송사의 확인되지 않은 과감한 보도에 유감을 표시한다. 확인 절차 제대로 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강한 톤으로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청와대가 보도 내용을 부인한 뒤 MBC는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정정 보도 요청도 수용하지 않아 궁금증이 일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MBC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한 보도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종석 특사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복수의 관계자가 확인해준 내용이며 이 밖에도 다른 취재원을 통해서도 크로스 체크를 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최선의 확인 작업을 거쳤고, 크로스 체킹도 했다”고 전했다.

▲ 지난 12월11일 뉴스데스크 보도 갈무리
▲ 지난 12월11일 뉴스데스크 보도 갈무리
MBC는 최승호 사장 취임 이후 단독 보도인만큼 사실 확인을 거듭했고 기사 문장도 신중히 검토했다. MBC는 MB 정권의 비리 문제로 청와대가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는 정황을 포착한 내용이 적폐청산 국면에서 중요한 뉴스라고 판단해 보도했지만, 청와대가 강하게 부인한 후 독자들이 비난 일색의 반응을 내놓으면서 당황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청와대가 MBC 보도 내용을 강하게 부인한 배경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리 내용을 청와대가 컨트롤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자칫 적폐청산 작업이 과거 정권을 향한 정치공세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의 정정보도 요청과 관련해 MBC에 공식 접수된 내용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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