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피고인 5인의 집행유예 항소심 선고 직후 시민사회단체들이 “사법부는 돈과 권력이 있다면 어떤 죄를 지어도 처벌받지 않는 세상임을 오늘의 판결로 보여줬다”며 재판부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전국금속노동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5일 오후 서울법원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용 면죄부, 삼성 앞에 굴복한 사법부를 규탄한다”는 피켓을 들었다.

서울고법 형사합의13부(정형식 부장판사)가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직후였다.

반올림 피해자 가족 황상기씨는 “2심 재판부는 판사가 아니라 삼성의 변호사로 행동을 해 왔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전국금속노동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5일 오후 서울법원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재판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전국금속노동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5일 오후 서울법원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재판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황씨는 “이재용 2심 판사인 정형식 판사는 국민 세금으로 월급받는 사람이다. 잘못된 것은 처벌을 해야만이 다시 재발하지 않기에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주면서 판사란 명칭을 달아줬다”며 “2심 판사는 판사가 아니라 삼성의 변호사로 행동해왔다”고 비판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오기호 정책국장은 “이것은 모독이다. 정경유착을 막으려 했던 촛불에 대한 모독”이라며 “2심 재판부는 나라를 돈으로 매수하지 못하게 하려고 쏟아져 나온 국민 염원을 모독했다”고 발언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류하경 변호사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포괄적 뇌물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판례를 인용하며 “포괄적 뇌물죄는 범죄 구성요건이 간단하다. 이런 판결이 있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거액을 준 이재용 부회장의 청탁이 없었다? 포괄적 뇌물죄로 처벌하지 못한다?”라며 “대법원에 올라가 전원합의체 판결 심리가 열리게 되면 고등법원 판사는 크게 혼이 날 것 같다”고 비판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이 범죄금액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서도 류 변호사는 “그럼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라며 “재단은 실체도 없는 법인이고, 돈이 최순실 포켓에 들어가는 그런 재단에 수십 수백억원을 준게 대체 무슨 죄로 의율돼야 하냐”라고 반박했다.

204억 원 횡령 무죄에 대해서도 “삼성 계열사 돈이 재단으로 흘러간 것이 분명한 데 이재용 결단으로 횡령이 아니라고 한다”며 “사법부가 삼성 곳간은 이재용 곳간이라고 인정한 게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기 전 “정형식 재판부는 더 이상 법을 우습게 만들지 말고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외쳤다.

▲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전국금속노동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5일 오후 서울법원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재판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반올림 제공
▲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전국금속노동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5일 오후 서울법원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재판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반올림 제공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기자회견 논평을 읽으며 “박근혜는 탄핵됐지만, 박근혜 체제에서 만들어진 재판부들은 여전히 살아 있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부 블랙리스트’로 걸러진 판사들이 지금 국정농단 재판을 관장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렇게 만들어진 정형식 재판부가 오늘 이재용을 풀어줬다”고 비판했다.

이 노무사는 “특검은 즉각 상고하고 대법원은 이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며 “이를 가로막는 세력이 있다면 그들도 함께 단죄될 것이다. 이재용 처벌 없이 우리 사회에 정의를 바로세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발언하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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