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의 보너스라는 연말 정산을 앞두고 분노를 부추기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연말정산 변화의 핵심은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뀐 것이다(2013년 소득세법 개정). 소득공제는 동일한 공제액에 대한 세금절감액이 고득자일수록 많다(1인 자녀공제의 경우 6% 세율 적용자는 6만원, 38%세율 적용 고소득자는 38만원 절감). 역진적 성격을 지닌 소득공제를 일정액 세액공제로 전환한 것은 공제제도의 하후상박 개편, 합리화 조치이다. 괜찮은 변화이다. 왜 법인세를 강화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있다. 맞다. 법인세 올려야 한다. 그렇더라도 소득세 공제제도가 지닌 역진성을 개혁하는 건 이것대로 의미가 있는 거다.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연말정산 변화로 연소득 3450만원 이하는 세금이 줄고, 3450-5000만원은 변화가 없고, 5500-7000만원은 2~3만원 늘고, 7000만원 초과자부터는 누진적으로 증가한다(8천만원 33만원, 1억원 113만원, 3억원 342만원). 이 시뮬레이션 세금 증감 수치는 소득계층별 평균값이다. 연봉 6천만원에 해당하는 근로자는 평균 2만원 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평균이 그렇다는 것이지 가구유형에 따라 세금증감은 다르다. 이번에 공제제도를 손보면서 출생공제, 다자녀공제를 폐지했다. 따라서 6천만원 소득자라도 작년에 아이를 낳았으면, 아이가 2~3명이면 세금이 는다. 납세자연맹이 세금 증가를 강조하기 위해 '출산자녀가 있는 가구', '다자녀 가구'를 설정해 알리는 이유이다.

   
▲ 소득공제가 줄거나 거꾸로 토해내는 경우가 늘어났지만 보편적 증세의 큰 방향에서는 맞다는 게 오건호 위원장의 주장이다. 물론 법인세를 올리는 게 먼저라는 주장도 맞지만 법인세와 별개로 소득공제의 역진성을 개선할 필요도 있다. 사진은 납세자연맹의 퍼포먼스. 오 위원장은 납세자연맹이 과도하게 조세저항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연합뉴스.
 

기획재정부는 위 가구유형에서 세금이 늘자 이를 보완하는 방안도 2013년 소득세제 개편때 마련했는데 4천만원 이하 소득자를 위한 '자녀장려세제' 이다. 자년 1인당 30~50만원 제공한다. 따라서 4천만원 이하자라면 자녀를 낳고 다자녀일지라도 세액공제 전환과 자녀장녀세제를 감안하면 세금 혜택이 상당히 커진다. 반대로 4천만원 초과자라면 아이를 낳고, 다자녀인 경우 세금을 더 내게 된다.

가장 큰 불만은 싱글(혹은 자녀 없는 가구)에서 나올 것이다. 세액공제 전환 등으로 중간, 하위소득자의 세금이 줄자 이를 일부 상쇄하기 위해(세수 감소를 일부 줄이기 위해) 근로소득공제를 일부 줄였다(이는 모두에게 적용됨). 따라서 싱글은 4천만원 이하자라도 아이가 없기 때문에 근로소득공제 축소에 따라 세금만 늘뿐 이것 이상을 상쇄하는 자녀세액공제나 자녀장려세제를 못받는다. (납세자연맹은 3천만원 소득 싱글이 최대 17만원을 더 내게 된다 설명하나 이 계산은 지나치다. 이 소득자가 사회보험료 외에 아무런 지출을 하지 않는다는 가정에서 나온 세금액임).

요약하면, 세금 증감 평균값 대신 가구유형별로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다음 세 가지 가구유형에서 특히 논란이 발생한다. 4천만원 초과 소득자 중 자녀출생 가구와 다자녀가구, 3천만원 안팎 소득의 싱글 가구(4천~6500만원 구간 싱글은 세금이 줌).

이제 증세정치를 평가해 보자. 정부는 애초 평균값만 홍보했는데, 가구유형별로 상세히 알렸어야 했다. 왜 평균값과 달리 구체적 유형에선 세금이 늘 수 있다는 걸 설명했으면 지금보다 논란이 줄지 않았을까. 아래처럼 말이다.

왜 자녀출생공제를 폐지하는가? -> “자녀출생 장려금이 구청별로 지급되고 있다. 또한 무상보육에 따라 0세에게 월 20만원(연 240만원) 양육수당이 제공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 출생공제는 없애 가려한다. 그래도 보완책으로 4천만원 이하 소득자는 자녀장녀세제를 신설해 오히려 더 지원금을 늘렸다”

왜 다자녀공제를 폐지하는가? -> “4천만원 이하 소득자는 자녀장녀세제로 혜택이 늘어난다. 그 이상 소득자만 세금이 는다. 이는 상위계층까지 무상보육이 전면화된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왜 싱글만 세금을 더 내야 하는가? -> “공제제도 개편으로 중간, 하위계층 세금이 줄게 돼 이를 조금 상쇄하기 위해 근로소득공제를 줄였다. 이 과정에서 아이가 없는 싱글은 세금절감 혜택을 못봐 결과적으로 세금을 더 내게 됐다. 전체 개혁 취지를 이해해 달라. 필요하면 사회적 논의를 거쳐 보완책을 마련하겠다”

   
조선일보 1월20일 5면. 심지어 조선일보조차도 부자증세라고 시인하고 있다. 부자증세를 서민들이 대신해서 분노하고 있는 상황이다.
 

새정치연합이 답답하다. 복지에 소극적인 정치세력은 ‘세금만’ 이야기한다. 그래야 조세 저항이 강해지고 작은 정부를 내세울 수 있으니까. 이와 비교해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정당이라면 ‘세금과 복지’를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야 증세도 복지 확대라는 명분으로 설득할 수 있다. 새정치연합은 아래처럼 대응할 순 없는가?

“연봉 7천만원 이상자부터 가파르게 세금이 느는 누진증세이다. 5500만원 소득자가 연 2만원 세금이 늘지만 아이가 있으면 우리가 주창해 이룬 무상보육으로 일년 수백만원의 혜택을 보고 있다. 자녀출생공제 폐지, 다자녀공제 폐지 역시 중상위 계층 이상도 모두 무상보육을 누리고 있는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복지가 늘수록 재정이 더 필요해 5500만원부터 누진증세하는 것이다. 5500만원 소득자도 공제제도 개편과 무상보육을 감안하면 나라 재정정책(세입과 세출)에서 훨씬 혜택을 더 얻는다. 5500만원 소득자가 이 정도 부담하면서 고소득자의 누진 증세를 실행하는(혹은 그들의 조세저항을 사전에 봉쇄하는) 효과도 있다. 대승적으로 가자.... 이러한 세제개편을 더 진척시켜 아동수당을 추가로 도입하고, 어르신을 위해 기초연금을 올리자. 5500만원 소득자도 몇만원 세금을 더 내지만 훨씬 많은 복지를 누리게 되는 방안이다. (단, 싱글 과세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 보완조치를 마련하자)”

그런데 새정치연합은 연일 “13월의 공포, 세금폭탄” 등 무시무시한 남량특집을 내보내며 조세저항을 부추키고 있다. 복지국가 정당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납세자연맹이 가구별 유형 사례를 발굴하고 알리는 건 유의미한 활동이다. 정부가 사전에 했어야 할 일을 대신했다. 그런데 ‘작은 정부, 작은 세금’을 지향하는 단체 성격을 반영해 지나치게 증세 저항을 야기하는 방식으로 활동을 편다. 이번 연말정산 변화의 전체 특징도 함께 설명했으면 좋겠다. 개별 가지에선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으나 전체 숲은 괜찮은 변화이지 않은가? 가지를 손보면 될 일을 가지고 숲을 태워서는 되겠는가?

우리나라는 소득공제의 왕국이다. 전체 근로소득의 약 60%가 과세대상에서 빠지고 40%에 대해서만 소득세율이 적용된다. 소득세에서 과세되는 소득은 직접세로 누진적 성격을 갖지만, 공제되는 60% 소득은 거꾸로 고소득자일수록 세금을 더 깍아주는 역진적 성격을 갖는다. 즉 우리나라는 근로소득의 40%에 대해선 누진적으로 세금을 거두고, 나머지 60%에 대해선 역진적으로 세금을 깍아준다. 그래서 소득세수가 작고 소득세에 의한 소득재분배 효과도 적다. 스웨덴은 공제가 거의 없는 나라이다. 직장 출퇴근 비용 등 극히 일부만 공제하고 소득의 거의 전체를 과세한다. 누진적으로 세금을 거두고 이 재원으로 복지를 제공한다. 과거에 우리나라는 복지는 없었고 공제는 많았다. 공제가 복지를 대신한 셈인데 그 계층효과가 역진적이다. 2010년 이후 대한민국에서 복지가 확대되고 있다. 복지국가 꿈까지 이야기되고 있다. 이는 소득세를 포함한 재정정책이 ‘공제에서 복지로’ 전환돼야함을 의미한다. 새정치연합은 세액공제율을 더 올리자 한다. 아마 어디선가 근로소득공제를 늘리자는 이야기도 나올 듯 하다. 다 세금을 덜 내게 해주는 안이다. 계속 이렇게 갈 것인가? 이번 연말정산 논란을 계기로 ‘세금, 공제, 복지’를 종합 검토하는 토론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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