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카타르에서 2조원 규모의 담수복합발전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최근 밝혔다. 그런데 삼성물산이 대규모 해외 사업 수주 정보를 공개한 시점이 여러 가지 의혹을 낳고 있다. 

삼성물산은 ‘카타르 퍼실리티 D 프로젝트’를 위한 특수목적법인 ‘움 알 하울 파워’에서 복합발전 부분의 EPC(설계·구매·시공)에 대한 최종 낙찰통지서(LOA)를 통보받았다고 28일 밝혔다. 언론은 삼성물산의 이번 담수복합발전 프로젝트 수수건을 기존 공시와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지면을 할애해 다뤘다. 

퍼실리티 D 프로젝트는 카타르에 하루 평균 1억3000만 갤런의 물을 생산할 수 있는 130MIGD급 규모의 담수 공장을 짓는 공사다. 삼성물산은 이번 사업에서 총 공사 금액 24억6536만 달러 중 17억9244만 달러(2조875억 원)이 배정된 복합발전소 시공을 맡는다. 

문제로 떠오른 것은 삼성물산이 해당 정보를 공개한 시점이다. 삼성물산이 사업 발주자인 카타르 수전력공사와 맺은 이 사업의 계약 기간은 지난 5월13일부터 2018년 6월23일이다. 5월 13일은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 계획을 발표한 날(5월26일) 보다 2주 가량 앞선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의 수주 사실을, 계약 시작일로부터 두달 이상 지난 이달 28일에서야 공시했다. 

합병을 앞둔 삼성물산이 주가 상승을 우려해 일부러 공개 시점을 늦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물산의 주가가 상승할 경우 치밀하게 준비해온 제일모직과의 합병 비율(0.35대 1)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삼성물산이 수주한 카타르 담수복합발전 프로젝트 조감도.
ⓒ삼성물산
 

 

삼성물산의 해당 공시가 계약 시점에서 두달 이상 지난 것과 아울러, 이달 28일에 공개된 것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삼성물산 주식은 28일 5만7000원으로 떨어졌다. 이는 삼성물산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가격 5만7234원보다 낮은 가격이다. 때문에 해당 공시가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삼성물산은 합병에 앞서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한 노력을 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삼성물산이 건설 부문 사업 수주를 일부러 미루고 있다는 식이다. 

지난 23일 공시한 삼성물산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총 12조3813억원, 영업이익은 124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각각 11.0%, 52.2% 감소했다. 특히 상반기 건설 부문 매출액은 6조562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9.3% 줄었다. 

실제로 삼성물산의 올해 아파트 분양은 상반기 1곳 300여 가구뿐이었다. 삼성물산은 하반기 총 8곳 1만994가구(일반 분양 3091가구)의 분양 물량을 쏟아낼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제일모직과 합병안을 승인하는 주주총회가 열린 17일 이 같은 정보를 공개했다. 

언론은 삼성물산의 카타르 담수복합발전 프로젝트 수주 공시를 단신으로 처리했다. 하반기에 몰린 삼성물산의 분양 물량도 여타 건설사의 분양 기사와 똑같이 취급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연결해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를 찾아보긴 어렵다. 

다만 한국거래소는 삼성물산의 카타르 담수복합발전 프로젝트 수주와 관련해 지난 28일 해당 건을 낙찰 받은 데 따라 수시 공시 의무에 따른 공정공시를 했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낙찰 통지서를 받았다고 해도 정식 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낙찰됐다고 볼 수 없고 앞서 5월 13일이라는 계약 시작 시점이나 제한착수지시서를 받았다는 것 역시 큰 의미가 없어 공시해야 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물산 관계자는 “계약일자인 5월 13일에는 전체 공사 중 사전 기초 공사에 대한 계약서(LNTP)를 작성한 것으로 이번 낙찰통지서(LOA)를 받지 않았으면 계약 없이 무산되는 건이라 공시하지 않았다. 계약 확정이라고 볼 수 이는 낙찰 통보를 27일 밤에 받고 28일에 공시를 한 것”이라며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추기 위해 한 것도 아니고 여러 업체가 참여한 프로젝트라 계약 시점을 우리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해외 사업 수주가 주가 상승 요인이 된다고 하면 삼성물산이 주주에게 공시를 해야 할 중요한 정보”라며 “이걸 합병 시점에서 안하고 주가가 떨어지는 시점에서 발표했던 것은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을 의도적으로 조정하려고 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교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을 맞추기 위해 주가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여러 가지 정황에 대해서는 금융당국과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해 예단하긴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공정하게 이번 합병 문제가 처리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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