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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의 사이비 기자 판별법?

조계종 미디어위원회의 ‘솔직담백’했던 언론 매뉴얼… “포교 위해 언론계 이해해야”

2015년 10월 21일(수)
차현아 기자 chach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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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언론사에 가까울수록 회사 차량에 ‘보도’라고 큼지막하게 적어놓고 붉은색 사선까지 두 줄로 그어 권위를 과시하려 한다. 사이비 기자들도 일부러 기자수첩의 마크가 잘 보이도록 들고 다닌다. 이들은 한국기자협회 수첩을 선호한다. 

일단 차량이나 신분증이나 수첩 등으로 과도하게 기자임을 과시하려 한다면 사이비 기자임을 의심해 볼 만하다. 제호에 검찰, 경찰, 환경 등의 단어가 들어간 곳도 의심스럽다. 이들은 환경훼손이나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접근하거나 홍보성 기사를 써주겠다며 매체를 다량 구입하거나 광고를 실을 것을 요구한다. 노골적으로 촌지나 향응을 요구하기도 한다.”

해당 문구는 2013년 조계종의 미디어위원회가 펴낸 ‘미디어 불교홍보, 이렇게 하자’는 책의 일부다. 이 책은 불교계 홍보 담당자들에게 뉴스와 언론계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쓰여진 책이다. 

조계종의 미디어위원회는 2006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언론홍보 및 정책 자문을 위한 조직이다. 책 전면에 실린 미디어위원회 소개에 따르면 “총무원장 스님에게 위촉장을 받은 방송·언론인 21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찰순례, 워크숍 등을 통해 불교 및 전통문화 체험, 종단의 언론홍보에 대한 자문활동을 하고 있다”고 명시돼있다. 기수 별로 운영되고 임기는 2년이며 위원들은 일부 교체되기도 한다. 

이 책은 △ 언론 홍보란 무엇인가 △ 뉴스란 무엇인가 △ 언론이란 무엇인가 △ 언론인은 누구인가 △ 언론을 어떻게 대하고 활용할 것인가 △ 불교 홍보를 어떻게 할 것인가 △ 언론 홍보를 실제로 어떻게 하나 △ 위기관리 홍보란 무엇인가 등 8개 장으로 나뉘어 있다. 불교계 언론홍보 담당자들이 언론에 대해 이해하고 실제로 보도자료를 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내용들도 포함돼있다. 

   
▲ ⓒiStock

이 책의 일부 항목에서는 솔직담백함을 넘어 다소 적나라한 수준으로 언론계에 대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책 내용 중 ‘제5장 언론을 어떻게 대하고 활용할 것인가’ 중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기자들은 농담처럼 “기사 물먹은건 참아도 촌지 물먹는 건 못 참는다”는 말을 한다. 촌지에 욕심이 나서라기보다 인정을 받지 못한 것에 화를 내는 것이다. (중략) 물론 유력 매체들은 특별대우를 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다른 기자들이 알지 못하도록 비공개적으로 챙겨줘야 한다."

촌지를 챙겨주라기 보다는 기자들이 무시당하는 걸 참지 못하니 언론사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는 대목이다. 물론 뒷 부분에는 "현금은 물론 그에 준하는 상품권 등도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언급도 있다. 광고 집행 여부로 기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유의하라는 조언도 담겨 있다.

"광고 때문에 기사가 들어가거나 빠지기도 하고 기사의 방향이 춤을 추기도 한다. 그러나 노골적으로 광고를 들먹이며 기사를 넣거나 빼달라고 요구하거나 기사 방향을 좌지우지하려고 하면 기자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 된다. 기자가 광고를 통한 압력이나 청탁으로 느끼지 않도록 신중하고 현명하게 행동해야 한다."

 

“기자를 비롯한 언론 관계자들이 취재 협조를 부탁하거나 문의해오면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 유력 언론에 소개되며 거액을 들인 이벤트 못지 않게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반대로 부정적 보도 하나가 오랫동안 공을 들인 포교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기자를 대할 때 ‘티 안나게 비공개적으로 잘 챙겨줘야’ 한다는 지침은 홍보 담당 업무를 맡은 이들 사이에서 ‘알만한 사람은 아는’ 얘기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지나치게 친해진 나머지 출입처와 기자단 사이에서 물품과 향응이 오가는 경우들도 간간히 포착되는 것이 한국 언론계의 현실이기도 하다. 지난 9월 전북은행 출입기자단이 전북은행이 지원한 공짜 제주도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책이 발간될 당시 미디어위원회에 소속돼있던 한 편집위원은 “실제로 일부 사찰에서는 기사를 빌미로 광고를 챙겨가는 사이비 기자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조계종 산하 사찰의 홍보 담당자들이 홍보 업무에 도움을 받고 언론계의 현실을 알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책은 효과적인 불교 포교를 위해 미디어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해당 책의 발간사를 통해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주경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과 한국불교의 전통문화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서는 현대의 미디어를 잘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잘못 전달되는 소문과 정보를 바로 잡기 위해서도 미디어와 언론매체를 알아야 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엄연히 포교와 홍보는 다르다. 종교의 뜻을 설파하고 많은 이들에게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깨닫도록 하는 포교를 위해 언론사 기자에게 잘 대해주거나, 사이비 기자를 구분해내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가 아닐까. 

또한 이 책을 펴낸 이들이 전현직 언론사 관계자라는 점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남는다. 이 책을 집필했던 미디어위원회 위원들은 주로 KBS, MBC 등 방송국이나 조선일보와 경향신문, 연합뉴스 등 신문사 관계자들이다. 혹은 네이버 등 언론사가 아닌 언론유관기관 소속 위원도 포함됐다. 주로 현장 취재기자보다는 데스크급 이상의 중견급 언론계 종사자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기자는 아니지만 언론사 관계자가 스스로 ‘언론사 기자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라’ '광고 여부에 따라 기사가 춤춘다'고 설명하는 셈이다. 

조계종 홍보팀 관계자는 “책의 일부 내용은 책 전체에서 극히 일부이며, 전체적으로는 불교 홍보 관계자들에게 언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시중에 나온 다른 보도자료 작성 관련 책자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 조계종 미디어위원회에서 펴낸 '미디어 불교홍보, 이렇게 하자'. 사진=차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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