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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받아서 한겨레 '가오'가 떨어졌나

[한국 언론, 안녕들하십니까 ⑥] 기사로 더 잘 조지면 된다… 다만 세금이 아깝지 않나

2015년 10월 20일(화)
김하영 저널리스트 medi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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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9일 월요일. 아침에 한겨레를 받아 들고 심란했다. 1면 하단에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위한 교과서를 만들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교육부 광고가 실렸기 때문이다. 그 전 1주일 동안 한겨레는 국정교과서 파문에 대해 상당한 파이팅을 해왔기에 더 심란했다. “시끄럽겠군.”

2007년 프레시안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프레시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집중보도해왔고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 때 정부에서 한미FTA 홍보 광고를 제안해왔다. 당시 통상 광고비의 10배가 넘는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내부에서 논란이 벌어졌다. “한미FTA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계속 해온 입장에서 논조와 정반대되는 정부의 의견 광고를 받을 수 있느냐”는 광고 반대 여론이 높았다. “광고는 광고일 뿐이다. 우리는 비판 보도에 충실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찬성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갑론을박을 하다 한 기자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박인규 대표는 “굶길 수는 있어도 눈물을 흘리게 할 수는 없다”는 명언을 남기며 광고 거부를 결정했다.

심란하다. 8년이 흘렀고, 정권이 두 번이나 바뀌었는데도 이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영화 베테랑의 이 대사가 종종 인구에 회자된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이번에 경향신문은 교육부 광고를 거절한 모양이다. 한겨례는 ‘가오’가 떨어졌고, 경향신문은 ‘가오’를 세웠나? 이 문제가 단순히 ‘가오’의 문제일까. 하나씩 짚어 나가 보자.

첫째, ‘의견 광고’를 어떻게 볼 것인가? 나름 광고 윤리 기준은 있다. 불법 도박과 같은 범죄와 관련된 광고는 안 되고, 사기성이 담긴 내용의 광고도 안 된다. 특정 대상을 일방적으로 헐뜯거나 차별하는 등 인권침해성 광고도 안 되고, 모델이 헐벗고 나오는 선정적 ‘19금’ 광고도 안 된다. 그런데 ‘의견’ 광고는 애매하다.

가수 김장훈 씨의 뉴욕타임스 ‘독도 광고’를 생각해보자. 우리 입장에서는 당연한 내용의 광고이지만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편파적인 의견 광고이다. 김장훈 씨가 후속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광고를 할 때는 일본 정부 측의 항의가 있었다고도 한다. 그렇다면 뉴욕타임스는 이런 의견 광고에 관대한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1998년 일본의 극우단체가 뉴욕타임스에 난징 대학살과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의견 광고를 내려다가 “광고 문안 중에는 그대로 실을 수 없는 부분이 상당히 있다”는 이유로 거절을 당했다. 뉴욕타임스가 ‘반일친한’인가? 그것보다는 광고면도 ‘신문의 신뢰’에 영향을 끼치는 콘텐츠로 여겨 적정한(혹은 상식적인) 선에서 통제한다는 얘기다. 우리가 “뉴욕타임스에 광고했다”고 광고하는 것을 생각해보라. 일단 ‘기사와 광고면은 별개’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을 문제는 아닌 것 같다.

   
10월 19일자. 한겨레 1면.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를 받은 마음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가오’도 최소한의 품위 유지할 돈이 있어야 나오지. 이번 교육부의 광고는 1회에 2000만 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 대여섯 명 월급을 줄 돈이다. 최근 한겨레 지면을 보면 1면에 자사(한겨레출판) 광고가 제법 잦았다. 이걸 보며 ‘요즘 광고 영업 어려운가’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이런 광고를 받을 수록 기사로 더 조지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교육부가 반대 매체를 ‘길들이기’ 위해서 집행하는 광고도 아니고, 주요 언론사 공통으로 집행하는 관행적 광고라면 독자들도 이해해줄 것이라 생각했을 수 있다. 광고 받고 딜을 했을 가능성은 없다. 오히려 ’이럴 때일 수록 기사로 더 잘 조지면 되지’라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이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다는 것이다. 언론의 특성 중 하나는 ‘남의 일’은 이러쿵 저러쿵 잘 이야기 하지만,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는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는 점이다.

셋째, 오히려 우리가 해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교육부가 이번에 국정교과서 광고비로 쓴 돈이 5억 원이라고 한다. 어디 이 뿐인가. 최근에는 노동부의 ‘노동개혁’ 광고가 여러 사람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다. 여기에 쏟아 부은 광고비만 30억 원에 이른다 한다. 이 돈은 누구 돈인가? 국민의 세금 아닌가? 물론 정부는 정책 홍보의 책무가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이 국민의 의견이 명확히 갈리는 정치화된 문제를 다룰 때는 신중해야 한다. 공론화를 통한 충분한 토론과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정책이 집행되기 전에 말 그대로 ‘사전 여론 몰이’ 식으로 광고를 해대고 있다.

이는 진보정권, 보수정권 공히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TV뉴스 인터뷰에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수억 원을 들여 매일 TV 광고를 했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열어 “세종시 계획 이대로 둘 수는 없습니다”라고 연설할 수는 있겠지만, 수억 원을 들여 전국 일간지 1면 광고를 했다면? 물론 안 한 건 아니다. 노무현 정부의 한미FTA 광고가 그랬고,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광고가 그랬다.

우익 매체 광고 몰아주기도 심각하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8년 동안 뉴데일리에 집행된 광고 액수가 1억5000만 원이라고 한다. 반면 오마이뉴스는 같은 기간 3700만 원이었다. 광고효과? 오마이뉴스가 뉴데일리에 비해 방문자 수, 페이지뷰 뭐로 보나 객관적 지표에서 앞선다. 전체로 확장해보면 지난 6년 동안 보수 성향 인터넷 매체에 집행된 광고는 16곳 5억940만 원인데 비해, 진보 성향 인터넷 매체는 4곳 5857만 원에 불과했다.

물론 내가 낸 세금이 내가 찬성하는 일에만 쓰여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내가 낸 세금은 정당에도 들어간다. 김무성, 문재인 대표가 받는 월급에도 내 돈이 들어간다. 문제는 정부가 광고 예산을 명절에 떡 돌리듯 쓰고 있는데 이를 감시하고 견제할 장치가 있느냐 말이다. 그래서 이번 논란에 대해서는 질문을 바꿔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한겨레가 국정교과서 광고를 받아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가 아니라 “정부가 이렇게 광고를 해도 되느냐 마느냐”라고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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