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신문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지난3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11월 중 공포될 예정이다. 시행령 개정안은 취재‧편집 인력을 3명에서 5명으로 늘리고 인터넷신문 등록 신청 시 제출하던 ‘취재 및 편집 담당자 명부’ 대신 상시고용을 증명할 수 있는 ‘국민연금‧건강보험 등에 대한 가입내역 확인서’ 제출을 명시했다. 앞으로 정규직 5명을 고용하지 못하면 언론이 아니다. 이미 등록된 인터넷신문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령 적용대상이 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인터넷신문 등록을 위한 최소 상시고용 인원을 증원하여 인터넷신문의 기사 품질 제고와 함께 언론매체로서의 사회적 책임성을 강화하여 인터넷신문 난립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인터넷신문 등록제를 사실상 허가제로 바꾼 것이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개정안을 둘러싼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민주언론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언론위원회는 이번 개정안을 두고 “유사언론행위는 매체 규모에 따라 발생 가능성이 달라진다고 단정할 수 없어, 수단의 적합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광고주협회가 2015년 사이비언론에 의한 피해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광고협찬 강요 등 유사언론행위는 대부분 5인 이상 매체에서 벌어졌다. 이강혁 변호사(민변 언론위원장)는 “결국 자본력에 따라 언론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사회적 소수자의 언론사 운영기회를 박탈하게 돼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손주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기자 수가 적으면 사이비일 가능성 높다는 개정안의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하며 “촌지문제만 놓고 봐도 문제를 일으키는 집단은 출입기자단이나 힘 있는 지역일간지”라고 꼬집었다. 손주화 사무국장은 “전북지역에선 주류언론이 외면하는 노동‧환경‧인권문제를 보도하는 ‘참소리’ 같은 소규모 매체들이 활약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이 같은 지역 언론의 다양성을 위축 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용석 건국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또한 “언론권력의 남용을 막겠다는 취지는 이해하겠지만 등록조건 강화보다 중요한 문제는 등록 이후의 실태 점검”이라고 지적했다. 황용석 교수는 “사이비언론 행위가 5인 이하 사업장에서 주요하게 발생한다는 경험적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와 연관된 등록요건 강화는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 스타트업 미디어 미스핏츠는 지난 3일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안녕하세요 곧 실업자가 될 미스핏츠입니다’라는 카드뉴스를 내놓기도 했다.
 

등록요건 강화는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5인 이하 언론사업자에게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스타트업 미디어 ‘아웃스탠딩’의 최용식 대표는 “두 명이서 운영하고 있지만 피키캐스트라든지 대형 플랫폼과 코워킹도 했다. 아주 작은 매체지만 업계에서 인정받고 취재에도 큰 어려움이 없다”며 “앞으로는 언론사인데 언론사라고 할 수 없으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최용식 대표는 “콘텐츠는 창업 업종으로 유망한데 정부가 창조경제를 이야기하면서 콘텐츠 업종의 토양을 밟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홍보업계와 주류언론의 분위기는 다르다. 한 대기업 홍보담당자는 “소규모 언론사는 편집국장과 광고국장을 겸직하는 경우가 있어 응대가 불편하다. IT전문지를 제외하곤 소규모일수록 기사의 전문성도 떨어진다. 5인 미만 사업자는 단기수익성을 노리고 들어오기 때문에 당장 인력풀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 말했다. 이 홍보담당자는 “악의적 제목을 뽑아 장사하는 소규모 매체들은 정리가 될 것 같다. 당장 효과는 있을 것 같은데 결국 기득권 언론사에 다시 힘이 집중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기사를 노출해주는 포털의 선별작업이 병행돼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이 때문에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 통과와 함께 눈여겨 봐야할 곳이 지난 10월 출범한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다. 이곳은 앞으로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와 제휴를 맺고 있는 모든 언론사의 뉴스검색 진입과 퇴출을 결정한다. 5인 미만 언론사가 ‘언론 아님’ 통보를 받게 되면 뉴스제휴평가위는 이를 퇴출 근거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신문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5월 기준 포털사이트 네이버 제휴언론사는 474곳, 다음 제휴언론사는 793곳이다. 제휴언론사가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대폭 줄어들 경우, 이득을 보는 쪽은 보수의제를 확대 재생산하는 주류언론이다. 

중앙일간지의 한 기자는 “어느 정도 인력이 있어야 내부토론도 있고 기사의 밸런스도 생긴다. 이번 개정안은 언론계를 살리는 최소한의 규제다”라며 개정안 찬성입장을 밝혔다. 이 기자는 “취재현장에 가면 ‘내가 이 업계 저승사자다. 마음에 안 드는 거 있음 얘기해 내가 죽여줄게’ 이런 사람들이 정말 많다. 건강‧의학‧제약 쪽에 특히 처음 듣는 매체가 많다. 홍보팀과 비서실을 뜯어먹는 매체들이다. 언론권력을 이용해 쉽게 먹고사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펜을 든 깡패들이다. 이런 곳이 보통 5인 미만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번 개정안을 “인터넷언론 퇴출 정책”으로 규정하고 “과거 독재체제에서 시행된 여론통제의 한 행태로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고 여론다양성을 파괴시킬 우려가 있는 막무가내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민변 언론위원회는 “정권의 통제가 어려운 인터넷신문 영역의 위축을 통해 보수 세력이 주도하는 종이신문 영역의 영향력을 유지·강화하고 정권에 보다 유리한 언론환경을 조성하려는 시대착오적 의도가 깔린 게 아닌가”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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