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음란물을 유포하는 소라넷을 수사중인 강신명 경찰청장이 극비로 진행중인 수사상황을 공개하면서 오히려 소라넷에 도움을 주게 됐다. 경찰도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지난 23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신명 경찰청장은 “소라넷 수사에 착수했고 이번에는 근원적인 처리를 위해 미국 당국과 협의해서 사이트 ‘자체폐쇄’ 조치까지 긍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처리 기간은 예단할 수 없지만 서버를 관리하고 있는 미국측과도 ‘소라넷 사이트가 폐쇄돼야 한다’는 것에 원칙적인 합의를 이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사이트 폐쇄는 ‘도메인을 폐쇄하는 방법(차단)’과 ‘서버 관리업체에서 폐쇄하는 방법’으로 나뉜다. 그동안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도메인을 폐쇄하는 방법을 썼지만, 소라넷이 외국에 서버를 두고 새로운 주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10여년 동안 제대로 된 수사가 불가능했다. 따라서 경찰이 미국 수사당국과 비밀리에 협조수사를 해 서버 자체를 폐쇄하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 온라인 행동 네트워크 아바즈(AVAAZ.org)에는 현재 "불법 성인사이트 소라넷을 폐쇄해주세요"라는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아바즈 서명페이지 갈무리
 

강신명 경찰청장이 직접 “사이트 폐쇄를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소라넷 운영자들은 서버를 옮길 시간을 벌게 됐다. 사이트 폐쇄조치가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사전에 서버를 옮길 시간을 줘서는 안 된다. 소라넷이 사전에 폐쇄조치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다면 언제든 백업을 하고 서버를 옮겨 폐쇄조치가 효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위키리크스의 폭로 당시 미국 정부가 아마존을 통해 위키리크스 홈페이지를 폐쇄했지만 이미 백업을 통해 수 많은 미러사이트들이 만들어진 뒤여서 유명무실해진 바 있다. 

일선 경찰들도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범죄대응과 관계자는 2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언론을 통해 범인들에게 정보가 제공되는 상태”라며 “공을 많이 들인 사건이다. 어느 팀에서 수사하는지도 비공개로 하고 있다. 서버를 삭제한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 소라넷에서 서버를 옮길 수 있고 범인을 일망타진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언론에 추가적인 사실을 알려줄 수 없다. 범죄자들을 잡기 위해 관련 사안이 추가적으로 보도가 안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지난 23일 강신명 경찰청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중총궐기 대회 관련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만일 미국 사법당국과 협조해 폐쇄조치를 내린다고 해도 사이트가 곧바로 사라지는 건 아니다. 폐쇄는 서버를 관리하는 업체에서 직접 삭제를 해야 한다. 서버관리업체에서 볼복하면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고, 그동안 홈페이지가 유지될 수도 있다. 국내에서도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적표현물을 이유로 “한총련 홈페이지를 폐쇄하라”고 명령했지만 사이트를 관리하는 진보네트워크가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적 있다. 

소라넷은 단순 불법음란물 유포 뿐 아니라 여성의 성기 등 도촬사진을 올리고 성폭행을 모의하는 등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성혐오에 반대하는 온라인 연대 '메갈리아'는 소라넷 사이트 폐쇄를 청원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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