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새누리당과 일명 3+3 회동을 통해 테러방지법을 처리하겠다고 합의하면서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쓰레기 합의문이라는 거친 비난부터 시작해 야당의 존재 이유를 물어야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야당 지지층이 급속히 이탈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은 1일 저녁 양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만나 쟁정 법안 처리에 합의했고 합의문이 2일 공개됐다. 

그런데 합의문에 국정원에 콘트럴 타워 권한을 부여하는 테러방지법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은 국정원의 정치개입 문제와 내국인 사찰 문제를 제기해왔다.

김광진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고 일어났더니 이게 뭔 날벼락인가"라며 "지난 13년간 이 법이 통과되지 못한 것은 의원들이 국가 안보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이를 통해 국민에게 닥칠 기본권의 침해가 너무 크고 국정원의 신뢰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상황은 지금도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원내지도부의 합의를 같은 당 정보위 상임위 위원이 정면으로 비난한 것이다.

3+3 합의문을 보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과 모자보건법,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및 지위향상을위한 법률안, 관광진흥법,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을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고,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안,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 사회적경제기본법안, 그리고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을 정기국회 내 합의처리하기로 했다.

2일 본회의 처리하기로 합의한 5개 법안에 대해서도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지만 특히 9일까지 예정된 정기국회에서 테러방지법을 합의처리한다는 내용은 수용할 수 없다는 내외부 반발이 거세다.

테러방지법은 새누리당이 발의하고 당정협의를 거치는 등 정부와 집권여당이 적극 추진하는 법안이다. 법안 내용엔 국정원이 테러와 관련된 계획과 업무를 총괄하고 대테러센터를 설치하기로 돼 있다. 지난 대선 이후 뜨겁게 달궜던 국정원의 정치개입 문제와 내국인 사찰 문제에 재발방지대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테러라는 명분으로 국정원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는 우려가 일찌감치 제기됐다.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이 덜컥 테러방지법을 정기국회내 합의처리한다는 내용에 도장을 찍으면서 반발이 터져나온 것이다.

테러방지법 합의처리와 관련해 같은 당 정보위 소속 위원들과도 조율이 안된 것으로 드러났다. 신경민 의원은 2일 통화에서 "국정원의 권한을 강화하면 안된다고 천명했고 원내대표도 잘 알고 있는데 의견조율이 안됐다"며 "의총을 하던지 해야 한다. 당황이고 뭐고 (합의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새벽이라도 합의문이 나왔으면 관련된 의원과 협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문병호 의원은 "쟁점이 많아서 정기 국회내 합의가 될지 모르겠다. 다만 필요하다면 오늘 정보위 의결이 돼야 하는 건데 쟁점을 좁혀놓긴 했다. 국회의 감독기능을 강화하는 감독지원관을 두기로 한 게 있고 국정원의 역할을 제한한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여야가 테러방지법과 관련해 의견을 접근한 내용은 비공개 상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내부 반발을 예상하고도 서둘러 테러방지법을 포함한 합의문을 발표하게 된 것은 국회 선진화법에 따른 예산안 처리와 관련돼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회 선진화법에 따르면 여야가 예산 수정동의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정부 원안대로 예산안이 통과된다. 야당은 정부의 원안대로 예산안이 통과되는 걸 막기 위해 예산안 법정 처리기한인 2일까지 법안과 함께 예산수정동의안을 합의, 제출해 2일 처리하고자 했다. 합의문을 보면 여야가 예산수정안을 전제로 법안을 서로 주고 받기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테러방지법은 새정치민주연합 입장에선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었는데도 예산안에 발목이 잡혀 정기국회내 합의처리한다는 내용의 문구를 명기한 것은 최대 패착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본회의 처리하기로 합의한 5개 법안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2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여야가 합의한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 모자보건법,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안, 관광진흥법,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등 5개 법안은 여전히 각 상임위원회에서 법안 심사 중에 있다. 아직 법사위에 회부도 안 됐고 알지도 못하는 법"이라고 일침을 놨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체계 자구 심사를 위해 다른 상임위 법안이 법사위에서 심사되기 위해서는 안건 상정 후 5일(숙려기간)이 지나야 한다. 이는 국회법 59조가 법안심의의 졸속과 부실을 막기위해 정해 둔 최소한의 장치"라며 "여야 교섭단체 심야합의는 명백히 국회법을 위반한 것이다. 법사위원장으로서 이에 대한 제동을 걸고 졸속·부실을 일삼는 행태를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당 내부의 강력한 반발이 일자 이를 의식한 듯 이종걸 원내대표는 "여야가 처리를 합의한 법률이 아직 입장 차가 크다. 쟁점들이 너무 많다"며 "상임위에서 아주 치열한 논쟁과 입장에 대한 공유와 적절한 진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장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법안에 대해서도 당 내부에서 제동을 걸자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번 합의문 중 테러방지법에 묻혀 있지만 사이버테러방지법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사이버테러방지법에는 국정원이 공공-민간의 사이버테러 대응을 상설적으로 담당하고 민관군을 지휘하게 돼 있다. 통신사, 포털, 쇼핑몰까지 주요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로 포함되면서 테러방지라는 명분으로 국정원의 보안관제 관리 감독을 받을 수 있다. 주로 사이버테러는 해킹과 바이러스 확산을 말하는데 이를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국정원이 통신망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면서 정치 개입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이은우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예를 들어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공권력을 행사하는데 범죄 전 단계로 구체적인 요건(자살 기도, 명백한 긴급한 상황, 위해가 끼칠 상황) 등을 정해놓고 조치를 취하도록 돼 있지만 사이버테러방지법은 테러 자체의 정의도 일반적인 통신망 침해 행위로 망라하고 있어 해킹과 연계돼 있다는 이유를 들어 상시 감시할 수 있는 권한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귀빈식당에서 열린 '테러방지 종합대책' 당정협의회에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김정훈 정책위의장등 원내지도부가 참석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이 변호사는 "한마디로 인터넷판 예비검속이다. 범죄가 일어날 위험이 있다고 해서 관리 감독해도 견제를 할 수 없다. 세계에 이런 법은 없다. 사이버 계엄령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도 테러 방지를 목적으로 국정원이 언론기관과 노동조합 등을 찾아가 통신망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이버테러방지법에 민간합동대책반을 두도록 돼 있는 조항에 관련해서도 민간사업자인 포털과 통신사 등 보안담당자과 테러방지 대책을 논의할 경우 국정원이 민간인 사찰에 해당하는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시민사회는 우려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야당이 이 법을 읽어봤는지나 모르겠다. 어느 집에 강도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위험관리를 예방하고 통제하는 권한을 주는 게 어디 있느냐. 형사소송법에 근거해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지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이런 식으로 권한을 주면 안된다"며 "법의 발상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야당이 그렇게 국정원의 정치 개입 문제와 싸워놓고 헌법에서 규제하는 내용을 프리패스하도록 보안업체 역할을 국정원에 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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