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는 잘될 거라는 희망이라도 있어서 기자들이 그걸로 버티는데 우리는 희망이 없다.”

종합편성채널 출범 4년, 안에서 일하는 기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TV조선과 채널A 기자들의 불만이 가장 높다. MBN도 TV조선이나 채널A처럼 이탈자가 없지 않다. 반면 JTBC의 경우 올해 지상파로의 이직자가 한 명도 없을만큼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종편사 기자들은 “방송에 필요한 인력과 인프라가 모두 부족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업무량이 적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인력이 부족해 기자들이 뉴스나 시사토크를 진행하거나 앵커가 리포트를 제작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종편 출범 당시에는 10시에 메인뉴스가 방송됐기 때문에 11시 퇴근이 일상이었다고 기자들은 전했다. 

현재 종편4사 가운데 메인뉴스 시간이 가장 늦은 곳은 채널A다. 채널A 한 기자는 “우리는 메인뉴스 시간이 가장 늦다보니 퇴근도 늦다. 뉴스출연을 시키면 10시 넘어서 퇴근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또 채널A는 종편4사 중 보도편성비율이 가장 높고 메인뉴스 리포트가 가장 많다.
 
TV조선 기자들은 종편4사 가운데 TV조선 노동환경이 열악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달에는 “시청률만 꼴지가 아니라 급여 수준, 근무 환경 등 모든 면에서 꼴찌라는 지적. 채널A 기자들마저 그래도 최악은 TV조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찌라시’가 돌았다. 한 TV조선 기자는 이에 대해 “찌라시 내용 대부분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 취재 중인 TV조선. 사진=이치열 기자
 

 
기자들은 그렇다고 임금이 높은 것도 아니라고 밝혔다. 종편 중에서 노조가 있는 JTBC나 MBN는 사측과 임금협상을 한다. 중앙일보-JTBC노조는 2014 2015년 임급협상에서 각각 4% 3%의 성과를 냈다. MBN 또한 올해 총액의 5% 인상이라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TV조선과 채널A는 노조가 없어 사실상 기자들이 임금협상에 관여하기 어렵다.  

취재비나 주말 수당, 야근 수당 등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한 TV조선 기자는 “특히 TV조선은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자들 야근, 특근, 주말근무가 잦은 반면 수당은 타종편사는 물론이고 조선일보 수당과도 비교가 안된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당연히 불만이 나온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불만을 갖는 또 다른 노동환경은 ‘공정보도’다. TV조선과 채널A 내부에는 편향적이고 선정적인 보도에 불만을 가진 기자가 적지 않다. TV조선의 또 다른 기자는 “종편 출범 때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젊은 기자들이 현장에서 욕을 먹는 경우가 잦아 힘들어한다”며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실제 법원은 공정보도가 기자들의 노동환경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2012년 MBC 공정보도 파업과 관련해서 1심과 2심 재판부는 ‘방송의 공정성 요구’가 정당한 쟁의행위에 해당한다며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아 근로환경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친 경우 이에 대한 시정요구와 쟁의행위”는 정당하다고 밝혔다. 

 

   
▲ JTBC '뉴스룸' 홍보화면. 사진=JTBC 제공
 

열악한 노동환경은 결국 기자들의 이탈로 이어진다. 올해 TV조선을 떠나 다른 회사로 가거나 기자를 그만둔 사람은 15명 이상이다. 채널A 역시 올해 기자 4명이 JTBC로, PD와 기자 각각 1명씩 MBC로 회사를 옮기는 등 상황이 심각하다. 한 채널A 기자는 “주6일이 대세였다가 최근 이탈자가 늘어나면서 노동 강도 이야기가 나오고 부분적으로 주5일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MBN의 경우 올해 기자 2명과 PD 1명이 MBC로 직장을 옮겼고 YTN으로 직장을 옮긴 기자도 있다. 이에 대해 MBN 노조 지부장은 “지상파의 경우, 좋은 조건으로 갔고 종편 출범 당시 워낙 많이 나갔기 때문에 지금의 이탈이 나쁜 분위기라거나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종편 출범 당시 기자 이탈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MBN은 기존 30만대였던 취재비를 105만원까지 올렸다. 

반면 JTBC는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올해 JTBC에서 타종편사는 물론이고 지상파3사로 이직한 기자는 한 명도 없다. 게다가 이탈한 타종편사 기자들은 JTBC로 흡수되고 있다. 꾸준한 인력 보강과 더불어 손석희 사장 체제 이후 보도 측면에서도 회사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 내부 기자들의 평가다.

JTBC 김상우 부국장은 이에 대해 “노동환경이라고 하면 돈을 많이 주거나 업무시간이 짧다는 것만 생각하기 쉬운데 기자들은 그런 이유만으로 회사에 남아있거나 옮기지 않는다. JTBC가 타언론사에 비해 돈을 많이 주거나 일이 쉬운 건 절대 아니”라며 “최근 JTBC에 대한 평가 등이 기자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추측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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