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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된’ 13개 질문 끝나고 “여기까지 받겠다”는 청와대

기자들 복수의 질문 내용 정확히 인지, 갑작스러운 질문엔 “국민에게 물어봐라”

2016년 01월 13일(수)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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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한 편의 잘 짜인 각본과 같았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지난 두 차례의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 순서와 내용을 사전 조율한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질타를 받았는데도 올해 역시 기자회견 ‘연출’은 반복됐다. 

이날 기자회견은 미디어오늘이 대통령 담화 시작 전에 미리 입수한 질문 순서(서울신문, KBS, 조선일보, 이데일리, 헤럴드경제, 경상일보, OBS, 뉴데일리, JTBC, 한국일보, 평화방송, 일본의 마이니치 신문, 대전일보)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진행됐다. (관련기사 : 박근혜 대통령 기자회견, 대본을 공개합니다)

아울러 국민TV 뉴스K가 입수한 사전 질문지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온 질문 내용 대부분이 일치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지난 12일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사전에 질문 내용을) 받지 않는다. 질문 순서와 내용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현장에서 박 대통령과 기자들의 즉각적인 문답이 이뤄지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렇다”며 “13일 오전 10시30분부터 시작하는데 박 대통령의 답변 시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답변 도중 계속해서 아래쪽을 쳐다봤다. KTV 생중계 화면 갈무리.
 

거짓말이었다. 미디어오늘이 이날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을 생중계하는 방송국들에 확인한 결과, 방송국에선 이미 질문하는 기자들의 명단과 예정 시간을 파악하고 있었다. 한 방송국 관계자는 “90분 동안 기자회견을 진행한다는 것과 13개 매체에서 질문을 받는다고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이 각본대로 진행됐음은 전 국민이 지켜보는 기자회견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정 대변인은 “지금부터 기자 여러분들의 질문을 받도록 하겠다. 지명을 받은 분들은 소속과 이름을 밝히고 질문해 주시기 바란다”며 한 기자의 질문이 끝나면 “네 다음 질문 받겠습니다. 손을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미리 질문 순서가 정해졌음에도 여러 기자들이 손을 들었고, 정 대변인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질문 순서에 맞춰 해당 기자를 지목했다.  

방송 생중계 화면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이 시작되는 동시에 해당 기자의 소속과 이름이 정확히 자막으로 표시됐다. 특히 요네무라 고이치 마이니치신문 기자가 질문했을 때 그는 “마이니치신문의 요네무라라고 합니다”라고만 했는데도 자막에는 ‘마이니치신문 서울지국장’이라는 직함까지 표기됐다.  

정 대변인은 예정된 13명의 기자의 질문이 모두 끝난 후엔 “오늘 질문은 여기까지 받도록 하겠다”며 추가 질문이나 약속된 기자 외 다른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질문은 전혀 받지 않았다. 정 대변인의 말에 손을 드는 기자도 없었다.   

   
1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요네무라 고이치 마이니치신문 기자. JTBC 생중계 화면 갈무리.
 

이날 기자회견 전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질문지가 사전 유출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청와대 출입기자 가운데 어떤 매체의 어떤 기자가 질문할지에 대해 사전 조율됐으며, 매체별 질문 순서와 총 질문 개수 등을 청와대 춘추관 쪽에서 인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통령도 기자회견 도중 “아까 질문을 한꺼번에 여러 개 하셔가지고. 제가 머리가 좋으니까 그래도 이렇게 기억을 하지, 머리 나쁘면 이거 다 기억 못 해요. 질문을 몇 가지씩이나 하시기 때문에”라고 말하며 질문 내용을 사전에 몰랐던 것처럼 말했다. 기자들이 질문하는 중간중간 펜으로 메모를 하기도 했다. 

정말 기억력이 좋아서였을까. 박 대통령은 답변을 하는 도중 무언가를 읽는 듯 계속해서 아래쪽을 쳐다봤다. 한 기자 당 두세 질문이 쏟아져 한 번쯤은 질문 내용을 재차 물어볼 만도 한데 비교적 질문 내용을 정확히 인지하고 답변했다.  

오히려 박 대통령은 오창균 뉴데일리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 중 정 대변인이 다음 질문 순서로 넘기려 할 때 “질문이 역사교과서 말씀도 있었고 포퓰리즘 질문도 하셨고 그러셨죠?”라며 미처 답변하지 못한 질문을 챙기는 꼼꼼함도 보였다. 

미리 유출된 질문지에 없는 내용의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최문선 한국일보 기자가 알려진 질문 내용에 없는 반기문 총장에 대해 묻자 박 대통령은 “반 총장이 왜 지지율 높게 나오는지는 나는 모르겠고 국민에게 여론조사를 해서 왜 찬성하는지 물어봐라”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직접 만날 계획이 있는지’ 거듭 묻는 질문에는 “피해자 할머니들의 상처가 아물면서 마음의 치유가 돼 가는 과정에서 뵐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확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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