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가 18일 일본군 위안부는 군이나 관에 의한 강제 연행의 증거가 없다고 부인했다. 일제의 위안부 동원이 민간의 주도하여 이뤄진 자발적인 참여였다는 과거의 입장에서 달라지지 않았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이날 오전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정부가 발견한 자료에 군이나 관헌에 의한 강제 연행을 직접 나타내는 기술은 눈에 띄지 않았다”는 2007년 각의 결정서를 언급하며 “그 입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또한 지난해말 한일 양국의 위안부 합의과 관련해 “이번 합의에 의해 (일본군 위안부가)전쟁 범죄에 해당한다는 것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1965년 한일협정에 의해 위안부 문제는 법적으로 해결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 지난 11월2일 정상회담 당시 방명록에 서명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청와대
 

한일 합의의 당사자였던 기시다 후미오 외상은 이날 해외 언론들이 위안부 문제를 “성 노예”로 표기하는 것과 관련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표현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한일 합의에서도 “이 문제의 공식 명칭은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문제’라는 설명을 들었다”라고 밝혔다. 

한일 정부간의 위안부 합의 이후 국내 여론의 비판에 직면한 박근혜 대통령은 “할 수 있는 최상의 합의” “최선의 결과”라고 주장해왔지만, 아베 총리가 직접 나서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마저 부인하면서 한일합의의 굴욕적인 결과가 드러나는 형국이다. 

지난 12월28일 양국 외무장관의 공식 발표 이후, 한국측은 일본의 잇따른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사실이 아니다” “유언비어는 또다른 상처를 남긴다”며 실제 한일간의 합의 내용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반면 일본의 외교당국은 소녀상 철거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보류 등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밝혀왔고, 이제 아베 총리가 직접적으로 한일 합의에 대한 설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17일에도 아베 총리는 니혼게이자이신문·파이낸셜타임스 공동 인터뷰를 통해 이번 합의가 “최종적·불가역적인” 것이라며 “그렇게 하기 위해 양국이 이번 타결 내용을 확실하게 책임지고 실행해가야 한다”고 한국 정부를 압박한 바 있다. 아베 총리의 이 발언은 ‘소녀상을 이전하지 않아도 일본 정부가 10억 엔을 낼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는 “위안부 문제는 일한 관계에 박혀 있던 가시였다”며 “나와 박근혜 대통령 사이엔 신뢰 관계가 있다. 그래서 합의에 이르렀다”고 말하기도 했다. 

   
▲ 지난해 11월2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오찬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의 한 한정식 집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앞서 12일에도 아베 총리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소녀상 이전 문제의 진실을 두고 “이전된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상 소녀상 철거를 계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합의 직후 한일합의의 구체적 내용을 설명할 방침을 세운 바 있으며(교도통신 12월29일자, ‘日 정부, “위안부 합의 법적책임 포함 않는다” 설명 방침’), 이후 기시다 외무상,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에 이어 아베 총리까지 적극적인 입장 표명이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적극적인 입장표명은 한일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더라도 아베 정부의 외교적인 성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달 29일 “어제(28일)로써 (위안부 문제는)모두 끝이다. 더 이상 사죄하지 않는다”며 “이렇게까지 한 이상 약속을 어기면 한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끝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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