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국회 각 당 대표 및 유력 인사들이 포항 지진 피해 모금 특별방송을 위해 KBS를 찾은 가운데 파업 78일째를 맞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성재호·KBS 새노조)는 현장 피켓 시위를 통해 고대영 KBS 사장 퇴진을 촉구했다.

지난 20일 KBS는 오후 3시부터 본관 1층 로비 시청자광장에서 포항 지진 피해 모금을 위해 ‘포항 지진 피해, 우리가 함께합니다’란 프로그램을 특별 편성했다. 이날은 이낙연 국무총리, 정세균 국회의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이 참석해 성금을 전했다. 

이날 생방송을 진행하는 장소 맞은 편에서는 KBS 새노조 아나운서 조합원 30여명이 ‘재난피해 모금방송은 고대영 없는 KBS에서’, ‘고대영 퇴진만이 재난방송 정상화 지름길’이라는 손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진행했다.

현장에 있었던 박완 KBS 새노조 홍보국장은 “출연자들이 KBS 새노조가 시위하는 것을 봤을 것”이라며 “정의당 의원들은 조합원과 일일이 악수하면서 ‘응원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KBS 새노조 파업 지지 의사를 밝혔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조합원들이 파업 중이라고 이야기하자 “잘 알고 있다”며 고개를 끄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낙연 총리와 정세균 국회의장 등은 별다른 언급 없이 방송 출연 후 돌아갔다.

▲ 지난 20일 KBS는 오후 3시부터 본관 1층 로비 시청자광장에서 포항 지진 피해 모금을 위해 ‘포항 지진 피해, 우리가 함께합니다’를 특별 방송했다. 생방송을 진행하는 장소 맞은 편에서 KBS 새노조 아나운서 조합원 30여명이 손 피켓을 들고 고대영 KBS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침묵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 지난 20일 KBS는 오후 3시부터 본관 1층 로비 시청자광장에서 포항 지진 피해 모금을 위해 ‘포항 지진 피해, 우리가 함께합니다’를 특별 방송했다. 생방송을 진행하는 장소 맞은 편에서 KBS 새노조 아나운서 조합원 30여명이 손 피켓을 들고 고대영 KBS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침묵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앞서 오후 2시에 열린 집회에서 성재호 KBS 새노조 본부장은 “지난 주말 사측이 포항 지진 피해와 관련한 모금 방송을 하겠다며 본관 로비에서 집회를 피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포항 지진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요청을 거부했을 텐데 포항 시민의 어려움을 감안해 장소를 옮기게 됐다”고 밝혔다.

성 본부장은 “이낙연 총리실과 접촉한 결과 고대영 사장과의 만남 등 다른 일정 없이 성금 모금에만 참석할 예정이라고 했다”며 “정부 사람들에게 파업이 80일 가까이 지속되는 등 심각성을 깨닫게 할 수 있는 기회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KBS 경영진은 최근 포항 지진과 관련해 “KBS 취재진 상당수가 제작 현장을 떠나 있어 국민들 볼 면목이 없다”고 밝힌 뒤 “KBS는 재난방송을 충실히 수행할 의무가 있다”면서 노조를 향해 재난주관방송사로서의 역할을 다 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업무에 복귀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KBS 새노조 측은 “국민여러분께 송구할 따름이다”라고 밝히면서 “재난마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측의 태도에 유감이다. 재난방송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사측은 어떤 대화의 노력을 했느냐”며 날을 세웠다. 이들은 고 사장과 이인호 KBS 이사장이 즉각 물러난다면 바로 업무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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