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상신 불교방송(BBS) 사장의 공금 유용 의혹과 대한불교진흥원 이사장과의 유착 및 비리 의혹이 불거져 재단이 감사에 착수했다. 불교방송 재단은 27일부터 내달 1일까지 감사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재단이 감사를 시행하게 된 계기는 불교방송 희망노동조합(위원장 손근선)이 재단에 사장의 공금 유용 의혹과 비리 의혹 등에 대한 공문을 접수하고 사내에 관련 성명서를 붙여서다.

다만 불교방송 사측은 희망노조에서 제기하는 의혹은 사실과 다르며, 공금을 적법하게 사용했다는 입장이다. 

▲BBS 불교방송. 사진출처=불교방송 홈페이지.
▲BBS 불교방송. 사진출처=불교방송 홈페이지.

희망노조는 선 사장과 관련해 △회사 공금으로 선 사장 개인의 대학교 입학금·수업료 지급 △대한불교진흥원(이하 진흥원) 이사장과의 유착으로 인한 부적절한 방송 개입 △선 사장이 진흥원 이사장에게 법인카드를 전했고, 이사장이 이를 부적절하게 사용 △또 다른 진흥원 이사의 서적 200여 권을 공금으로 구입하려 시도 △선 사장 후임 후보 추천 과정의 불투명성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진흥원은 불교방송 사장 후보 추천 권한이 있다.

희망노조 측은 “선 사장은 3월 동국대 ‘부동산·자산관리 최고경영자’ 과정에 입학했다. 사장 본인 지시로 자신의 입학금 및 수업료 명목으로 회사 공금 480여만원을 계좌 이체했다”고 주장했다. 불교방송 내부 규정에는 직원의 대학 과정 학비를 지원하지 않는데, 사장 본인의 학비를 회사 공금으로 지급한 것이 사실이라면 공금 횡령 및 배임이라는 것. 

이어 노조는 진흥원과 선 사장이 유착 관계에 있으며 선 사장이 이각범 진흥원 이사장을 방송에 출연시키고, 이사장에게 법인카드를 전해줬으며, 이사장이 프로그램 진행 업무 명목으로 법인카드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각범 이사장은 지난해 불교방송에 신규 프로그램 제작비를 지원했다. 이후 이 이사장 본인이 프로그램 진행을 맡게 됐다. 올 1월 선 사장이 이 이사장에게 '프로그램 진행 업무 기획진행비' 명목으로 법인카드 사용서약서를 받고 이 이사장에게 법인카드를 전해줬다고 한다. 이 법인카드로 이 이사장이 서울 시내 특급호텔에서 부적절하게 비용을 사용했다는 것이 노조 주장이다. 노조는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근거로 들었다.

▲이각범 이사장이 출연하는 불교방송의 프로그램.
▲이각범 대한불교진흥원 이사장이 직접 진행하는 불교방송의 프로그램. 사진출처=불교방송 홈페이지.

노조는 “심지어 이 이사장은 (방송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선 사장을 통해 작가 교체, 담당자 변경, 편파적 패널 출연, 스튜디오 소품 교체 요구 등을 서슴지 않았다. 게다가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를 지인으로 추천해 현재 라디오 주말 방송 진행을 맡겼다”며 “거의 개인 방송에 가까울 정도”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불교방송 사장 선출을 바로 앞둔 시점에서 불교방송 사장 지시 하에 진흥원 이사장 개인에게 불법적으로 기획진행비 명목의 법인카드가 주어지고, 방송국의 절차를 무시한 채 진흥원 이사장이 불교방송에 개입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둘 모두에게 도덕적, 법적 책임을 물어야한다"며 "김영란법에 저촉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오는 9월 임기가 끝나는 선 사장 이후 후임 사장 공모 절차도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지금까지는 공개 모집을 통해 역량 있는 사장 후보를 추천했으나 이번에는 (진흥원 이사회가) 현 사장과 그의 최측근인 라디오 제작국장을 추천했다”며 “이번 사장 후보추천은 어떤 절차와 과정을 거쳤느냐”고 되물었다. 

노조는 “선 사장이 진흥원 이사 A씨의 신간 서적을 200여권 구매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회사 공금으로 이를 구매했다면 배임이나 횡령, 김영란법 위반 등 혐의가 있다”며 감사를 요청했다. 

불교방송 재단은 노조 요구에 따라 감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재단 사무국은 지난 24일 사내에 “희망노조에서 재단으로 접수한 공문과 성명서 사안에 대한 심각성과 중대성을 인지했다”며 “명확한 사실관계 조사와 의혹 해소를 위해 27일부터 내달 1일까지 재단 감사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불교방송 사측은 25일 미디어오늘에 사장의 공금 사용이 적법하다고 밝혔다. 사측은 “(사장의 대학 입학금 결제와 관련) 비학위 비교과 과정으로 학위, 자격증 취득과는 관계 없는 직무 교육 훈련이다. 예산 관련 규정에 의거해 적법하게 집행됐다. 과거에도 유사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불교방송 사측은 법인카드 사용 건에 “진흥원에서 제작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각계 전문가를 출연시키는 고품질 토론 프로그램이다. 주제 선정, 패널 섭외 등을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로 프로그램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법인카드 내역은) 자문위 회의 시 다과 및 식사비 지출로서 적법한 예산 기준에 의거해 지불했다”고 답했다. 

사장 추천 과정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에는 “초대 사장에서 7대 사장까지 공모 절차 없이 사장을 추천했다. 8·9대 사장은 공모를 통해 복수 후보자를 선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진흥원 이사의 신간서적 구매에 대해서도 “도서 구매를 계획했지만 실제 구매하진 않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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