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가 지난 12일 자본시장법과 외부감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MBN 법인과 이유상 매경미디어그룹 부회장, 류효길 MBN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장대환 회장의 아들 장승준 MBN 대표 또한 상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16년부터 MBN 대표를 맡은 장승준씨는 2017년 자기주식을 불법으로 취득한 혐의다. 방송사 최고경영진을 상대로 한 연이은 기소는 지금껏 유례가 없던 일이다. 사회적인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사태’라고 부를만하다.

MBN은 2011년 종편 출범 당시 최소자본금인 3000억 원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은행에서 550억원을 임직원 16명 명의로 차명 대출받아 주식을 사게 했다. 투자모집이 어려워지자 마치 외부 투자를 받은 것처럼 사실상 편법을 쓴 것이다. MBN은 이 같은 자기주식 취득 사실을 2012년 3분기와 2012~2018년기 말까지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았다. 검찰은 MBN이 종편 출범 당시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주식을 나중에 매입해주기로 하고 2017년 투자자들에게 자사주를 사들인 사실도 추가로 확인한 상황이다. 

검찰은 MBN을 상대로 한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고발 사건과 방송통신위원회 고발 사건을 계속 수사할 예정이다. 지난 9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감리위원회는 MBN의 행위를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 냈다. 검찰은 지난 10월 18일 MBN 본사를 압수 수색했다. 추가 압수 수색 가능성도 있다. MBN 종편불법승인 사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현시점에서 주요 쟁점과 짚어볼 대목을 정리했다. 

▲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① 기소 대상에서 빠진 장대환 회장과 매일경제의 침묵 

매경미디어그룹의 정점에 있는 장대환 회장은 이번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1차 기소이기 때문에 수사상황에 따라 장 회장이 추가로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이 외부감사법 위반 공소시효 만료 이슈 때문에 일단 입증이 쉬운 곳부터 쳐서 윗선으로 올라가는 수사방식이 예상된다는 전망도 있다. 이번 1차 기소에서 장 회장의 아들 장씨가 기소된 점도 고려했을 거란 추측도 있다.  

MBN이 장 회장의 기소를 막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은 언론계 공공연한 비밀이다. 방통위를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MBN 불법승인 문제를 유일하게 지적해온 김종훈 민중당 의원실 관계자는 “MBN문제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매일경제·MBN 기자들이 의원실에 찾아왔다. 의원에게도 자주 연락이 오면서 의원이 많이 부담스러워했다”고 전한 뒤 “우리에게 이 정도면 다른 의원들에게 어떠했을지 짐작이 간다”고 말했다. 지난 국정감사 국면에서 보이지 않는 ‘작업’이 있었으리란 추정이다. 실제로 국회 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MBN 이슈에 입을 닫고 있다. 이와 관련 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자유한국당은 과거 정부에서 자신들이 허가한 종편이기 때문에 꺼려지는 이슈고, 우리는 이번 사건을 특정 종편의 문제보다 당시의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어서 특정 방송사만 비판하는 것이 조심스러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장 회장은 한껏 몸을 낮추는 모양새다. MBN은 지난 12일 “그간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장 회장이) MBN 경영에서 손을 뗀다”고 밝혔다. 물론 ‘무늬만 사임’에 가깝다. 매일경제신문 회장과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직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MBN은 이날 재무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팀장 임명 등을 골자로 한 인사 발령을 내며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려 했는데, TF팀장으로 장 회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동원 전 MBN보도본부장이 임명되며 TF가 ‘보여주기’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종편 개국 당일부터 메인뉴스를 진행했던 인사다. 

▲ 2011년 12월1일자 매일경제 1면.
▲ 2011년 12월1일자 매일경제 1면.

2011년 10월24일 MBN은 매일경제 본사에서 설명회를 개최했으며, 개국 첫날이던 그해 12월1일자 매일경제는 1면 톱기사에 이어 2·4·5·35면에 B1~8면까지 털어 개국홍보에 나섰다. 당일 매일경제는 ‘고품질 뉴스·교양·오락 선사할 매일방송 MBN’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건전한 여론형성을 이끌며 우리 사회의 신뢰 제고와 통합에 앞장설 것”이라 공언했다. 그러나 MBN 경영진 기소와 관련해 13일자 매일경제에 관련 기사는 없었다. “검찰 수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매경그룹의 입장에 진정성이 있었다면 매일경제 1면에 사과문이 실렸어야 했다.

② 예견되었던 불법, 그리고 포기하지 않았던 언론 운동의 성과

이명박정부에서 벌어진 MBN 종편불법승인 사태는 정권교체 이후에서야 밝혀졌다. 종편이 보수 정권 장기집권 프로젝트로 등장했기 때문에 승인 과정에서의 문제를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밝혀내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문재인정부 들어 내부제보자가 등장하며 금융감독원이 움직였고, 경향신문·한겨레의 관련 보도가 이어지며 검찰 기소로 귀결됐다. 가장 큰 공은 두 번의 재승인을 거치면서도 ‘암흑의 핵심’을 찾지 못한 방통위를 대신해 고군분투했던 언론시민단체다. 

2011년 승인 당시부터 밀실심사를 비판했던 전국언론노조·언론개혁시민연대를 중심으로 ‘조중동 종편사업자 선정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진행했고, 이를 통해 종편심사자료를 확보한 뒤에는 종편승인검증TF를 꾸려 2014년 ‘종편사업자 승인심사 검증보고서’를 냈다. 당시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현 정의당 의원), 채이배 회계사(현 바른미래당 의원), 김상조 한성대 교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가 중심이 된 검증TF는 다른 종편에 비해 유난히 많은 MBN의 개인주주 숫자에 주목하며 “MBN 개인주주는 대부분 내부 임직원 등 관련자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고 예상은 적중했다.

▲ 2013년 방송통신위원회가 언론개혁시민연대에 공개한 종합편성채널 승인심사 관련 자료. 총 12만쪽, 300여권, 상자로 30개 정도 분량이었다.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2013년 방송통신위원회가 언론개혁시민연대에 공개한 종합편성채널 승인심사 관련 자료. 총 12만쪽, 300여권, 상자로 30개 정도 분량이었다.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MBN은 종편 중 유일하게 법원의 정보공개 결정에 불복,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개인주주 명단 공개에 매우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MBN 개인주주 정보는 총인원 및 총 약정금액만 공개됐지만, 언론시민단체의 노력으로 결국 ‘암흑의 꼬리’가 드러났다. 물론 언론 운동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는 시민들의 문제의식과 비판여론이 없었다면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MBN 종편불법승인 사태는 어느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2010년 말 종합편성채널사업자로 선정된 4사 가운데 MBN과 채널A는 2011년 3월22일까지 초기자본금을 납입하지 못해 방통위가 정해놓은 1차 기한을 넘겼다. 당시 자본금 납입을 못하는 경우 허가는 취소되는 상황이었다. 2011년 1월에는 매일경제 사원 350여명이 1000만 원에서 1억 원까지 출자를 약정했다는 미디어오늘 보도도 있었다. 미디어오늘은 당시 “개인별 약정은 사우회·공제회 출자와 별개인 것으로 전해졌으나, 각 개인이 약정금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강제는 아니지만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 건 사실”이라는 내부 분위기도 전했다. 

조선일보는 2011년 1월1일자 기사에서 “상당수 전문가는 4개 종편사업자가 총 1조5000억 원이 넘는 납입자본금을 실제로 모을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며 “일주일 남짓한 짧은 심사기간에 심사위원들이 6개 종편 사업 신청자, 5개 보도사업 신청자의 사업계획서와 각 사당 10만 페이지에 가까운 부속서류를 보면서 참여 주주들의 진정성을 제대로 평가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의 지적은 정확했다. 무리하게 주주를 모아야 했던 MBN의 ‘회계 조작’은 예견된 셈이었다.  

③ MBN 사태의 나비효과, TV조선과 채널A도? 

▲ TV조선과 채널A 로고.
▲ TV조선과 채널A 로고.

언론시민단체는 지난 4일 종편 대상 자본금 문제 전면조사를 요구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부채가 많았던 우린테크가 채널A 자본금 납입 마감일 하루 전에 주식을 샀다가 종편 승인 한 달 만에 매각했다”며 “차명 투자가 맞다면 지분 소유 제한 규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2011년 당시 동아일보 간부의 친누나가 대표였던 자본금 1억 규모 기업 우린테크는 30억원 상당의 채널A 주식을 사들였다. 이 사건은 검찰이 무혐의로 종결했지만 새로운 결정적 증거가 나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번 기회에 “종편불법을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겨레는 지난 13일 사설에서 “특혜 논란 속에 출범한 종편 채널 승인 과정이 탈법·불법으로 얼룩진 사실이 검찰 수사로 확인된 셈”이라며 “자본금 불법충당은 2011년 종편채널 승인과 이후 두 차례의 재승인이 원인 무효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여기에 더해 “종편채널의 자본금 편법·불법 충당 의혹은 MBN만이 아니다”라며 “MBN 기소를 계기로,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당국은 종편채널 인가와 이후 과정에서 넘어갔던 여러 의혹을 조사해 엄중조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BN 불법승인사태는 TV조선과 채널A에게 불똥이 튈 수 있다. TV조선과 채널A의 방송면허는 2020년 4월21일까지다. 당장 내년 1월부터 심사위가 꾸려질 가능성이 있다. 심사 과정에서 주주와 관련된 기존 의혹이 다시 불거지거나 MBN처럼 내부제보자가 등장할 수도 있다. 종편 주주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이들 종편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11일 “수원대 재단이 보유한 TV조선 주식을 조선일보가 적정가보다 훨씬 비싸게 사들였다”는 한겨레 보도가 허위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김대중정부와 참여정부시절 세무조사로 불거졌던 보수신문과의 갈등국면이 차기 재승인 국면에서 재점화할 수도 있다. 

▲ 방송통신위원회. 사진=정철운 기자
▲ 방송통신위원회. 사진=정철운 기자

④ 내년도 MBN 재승인심사에 미칠 파장은

MBN 방송면허는 2020년 11월30일까지다. 방통위는 내년 10월 경 심사위를 꾸려 11월 중 MBN 재승인 여부를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언론계에선 MBN이 재허가에 탈락하는 것을 전제로 이후 종편승인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는 언론사 이름이 돌기도 했다. 한 종편사 관계자는 “방통위는 최고 수준의 처분을 내리고, MBN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결국 법원 판단까지 나오는데 수년의 세월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커다란 법 위반이 밝혀져도 한 번 허가를 받으면 퇴출되지 않는다는 인식과 관행을 이제 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로 MBN의 행정처분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도 전례를 찾기 힘든 사건이어서 지금 단계에서 ‘수위’를 예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또 다른 주요 관심사는 MBN의 회계조작 등 각종 혐의가 유죄로 확정될 경우 향후 재승인 심사에 어떤 영향을 줄지다. 방통위가 지난 8월 확정한 2020년 종합편성채널 재허가 심사항목과 배점은 △방송평가위원회의 방송평가 400점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 실현 가능성 및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 210점 △방송프로그램 기획·편성·제작 및 공익성 확보 계획의 적절성 190점 △경영·재정·기술적 능력 100점 △방송발전 지원계획 이행 및 방송법령 준수 여부 100점 △재난방송실시에 관한 사항 50점 등 총점 1050점으로 구성됐다. 이를 1000점 만점으로 환산해 650점 이상이면 재승인, 미만이면 조건부 재승인 또는 탈락이 가능하다. 지난 8월 종편 재승인 세부계획 의결 당시 허욱 방통위원은 “종편의 소유구조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니 사무처에서 재승인 심사 때 면밀히 검토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심사절차에 포함된 의견 청취의 경우 별도 배점은 없지만 심사평가에 반영된다. 심사위원회의 정성적 평가를 위한 자료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방통위 내에서는 현재 내년 재승인 국면에서 국민 의견을 폭넓게 청취할 수 있는 과정을 추가하기 위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재인정부 들어 KBS·MBC 사장 선임 국면에서 최초로 사장 후보자 최종 면접 과정이 공개했다. 양승동 사장은 역대 KBS사장 가운데 시민의 평가가 반영된 첫 사장이다. KBS는 이사회 평가 60%, 시민자문단 평가 40%로 사장을 선출했다. 재승인 심사항목과 배점이 모두 정해진 상황이라 이에 대한 변경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방통위가 공영방송 사례를 참고해 국민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방식을 내놓는다면 재승인 평가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방통위는 지금껏 재승인 국면마다 밀실심사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MBN. ⓒ연합뉴스
▲MBN. ⓒ연합뉴스

향후 종편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MBN이 얼마나 성실하게 자료제출 요구에 응하고 이번 사태에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지도 관건이다. 향후 심사 과정에서 방통위의 여러 요구나 시정명령을 MBN이 따르지 않을 경우 MBN이 재승인을 위해 내놓은 자료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비리를 저질렀는데 만약 불법을 파악하기 위한 자료제출 요구까지 거부한다면 이는 중대한 재승인 불가 조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사태에 대한 방통위의 행정처분에 불복해 MBN이 소송에 나서는 경우에도 재승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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