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처음 검찰 조사를 받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공개소환 전면 폐지’를 적용받은 첫 전직 장관이 됐다. 15일자 신문에 익숙한 ‘포토라인’ 장면이 등장하지 않은 이유다. 이날 묵비권을 행사한 조 전 장관을 두고 대다수 신문이 적극적인 해명을 하지 않은 조 전 장관에 아쉬움을 표한 가운데, 일부는 공개소환 폐지 첫 수혜자가 조 전 장관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검찰개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이날 전국단위 주요 일간지들은 모두 조 전 장관 소환조사를 주요 소식으로 다뤘으나, 1면 머리기사로 이를 다룬 곳은 동아일보, 서울신문, 중앙일보 등 3곳이다. 동아일보는 “8시간 검찰 질문에 일절 답변안한 조국”, 서울신문은 ““혐의 사실과 달라…해명 구차” 조국, 비공개 檢출석 진술거부”라는 제목을 달았다. 특히 중앙일보 1면 머리기사는 “조국 조사 8시간 아무 답도 안했다”는 제목 아래 “한명숙 전 총리처럼 묵비권 행사”라고 부제가 달린 점이 눈에 띈다.

신문들의 공통된 비판은 조 전 장관이 적극적으로 조사에 임하지 않았다는 데 집중됐다. 한겨레는 “조국 전 장관 소환, ‘실체적 진실’ 가리는 계기로”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법에 정해진 당연한 피의자 권리이긴 하나 최근까지 법무부 장관을 지낸 사람으로서 수사 절차에 응해 실체적 진실 규명에 적극 나서지 않은 것은 아쉽다”며 “정경심 교수를 15가지 혐의로 기소한 검찰은 그동안 조 전 장관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집중해왔다. 정 교수의 차명투자 혐의와 관련해선 조 전 장관이 이를 알았다면 공직자윤리법 위반, 나아가 뇌물죄 적용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2차 전지 업체인 더블유에프엠(WFM) 주식을 차명 매입하는 과정에 청와대 근처 현금인출기에서 수천만원이 송금됐다고 하는데, 조 전 장관은 ‘부인의 투자를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어 검찰이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 한국일보 3면 '허탕 친 취재진'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사진 기사.
▲ 한국일보 3면 '허탕 친 취재진'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사진 기사.

경향신문 사설(마침내 조국 소환, 엄정한 수사로 진실 규명해야)도 “조 전 장관은 부인 정경심 교수, 동생·조카, 자녀 등의 비리 혐의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이런 의심을 알지 못했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이날 조사에서는 혐의를 전면부인하며 진술거부로 일관했다“며 “조사 후에는 ‘참담하다.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는 피의자로서 당연한 권리이나 의혹의 당사자이자 법무부 장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박수받을 일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다만 경향신문은 정 교수 혐의와 관련해 “현재까지 그(조 전 장관)가 직접 연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 교수 혐의도 재판을 통해 진실을 가려야 하는 상황이다. 조 전 장관이 부인 정 교수의 범죄 혐의 과정에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심은 합리적이다. 그러나 의심만으로 범죄가 성립될 수는 없다. 검찰은 법과 원칙, 증거에 따라 제기된 의혹의 사실 여부를 확인, 이른 시간 내에 수사 결론을 내놓길 바란다”고 검찰의 책임을 함께 물었다.

검찰개혁 방안 중 하나로 사실상 폐지된 포토라인에 조 전 장관이 자진해 섰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일보(비공개 소환된 조국… 檢, 사실과 증거에 입각해 결론 내려야)는 “수개월 동안 정국을 혼돈에 빠지게 한 당사자로서 자진해서 포토라인에 서서 대국민 메시지를 밝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날 검찰 조사에서 조 전 장관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도 특이한 장면”이라며 “피의자나 피고인이 수사기관이나 재판정에서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헌법적 권리가 진술거부권인데, 조 전 장관은 공인으로서 정치적 책임보다 법적 실리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국민일보(조국 소환, 한 점 의혹 없이 진실 규명돼야)는 “사건과 무관하다면 떳떳히 검찰청사 1층 정문으로 들어가며 책임 있는 발언을 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었으나 그는 끝내 언론 노출을 피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 15일자 한겨레 사설.
▲ 15일자 한겨레 사설.

조선일보는 나아가 “조씨가 검찰에서 묵비권을 행사한 것은 더 이상 둘러댈 방법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삶 자체가 위선이고 말과 행동이 정반대인 조씨 모습을 보면서 참과 거짓을 분별할 능력이 있는 사람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된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조국은 묵비권, 정권은 수사 장악 추진, 이성을 잃었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조씨는 장관으로 있으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 카메라 앞에 섰다. 후보자 시절엔 의혹을 해명하겠다며 국회에서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자신은 위법한 일이 없고 떳떳하다고 했다. 대통령 비서일 때는 페이스북으로 온갖 세상사에 참견했다. 그러더니 막상 피의자로 소환되자 수능 날을 골라 몰래 검찰에 출두하고 묵비권까지 행사한다. 이러니 ‘조국스럽다’는 말까지 생겼다”고 했다.

조 전 장관 비판을 검찰개혁 부정으로 이어가는 시각도 보였다. “법무부 ‘개혁안’에는 조폭과 마약, 주가 조작, 불법 선거 수사 부서까지 폐지하겠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것이 무슨 '개혁'인가. 일반 형사 범죄 대응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이것은 그냥 조국을 수사한 검찰에 보복하는 것이다. 이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역시 이날 사설에서 “검찰은 ‘법무부가 대검과 협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일선 검사들이 개혁안에 반대하는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 개혁이 국가 사정(司正) 기능의 정상화가 아니라 ‘검찰 수사 무력화’에 그친다면 아무런 성과도 없이 갈등과 부작용만 키울 뿐이다. 이렇게 추진하는 개혁은 진정한 개혁이 될 수도 없고, 성공할 리도 없다”고 주장했다.

▲ 15일자 조선일보 사설.
▲ 15일자 조선일보 사설.

그러나 다수는 검찰 개혁이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는 당부를 전했다. 경향신문은 “조 전 장관 수사는 분열과 혼란의 종착점이 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엄정한 수사와 함께 합법적 특권 해소는 물론 갈등과 반목에서 벗어나는 범사회적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며 “법무부와 검찰 역시 검찰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 사회가 겪은 진통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라고 당부했다. 한겨레도 “검찰은 ‘의혹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인 조 전 장관 수사가 더이상 소모적인 논쟁으로 이어지지 않고 법적 논란을 가라앉히는 계기가 되도록 부끄러움 없는 수사를 하기 바란다. 특히 이번 수사 결과가 검찰개혁 추진에 지장을 주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라 밝혔다.

다만 서울신문은 “법무부 검찰개혁안, 조국 수사 이후에도 늦지 않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국민 다수의 동의가 지속적으로 뒷받침돼야 검찰개혁은 성공할 수 있다. 조국 수사에 대한 윤석열 검찰 손발 자르기, 정권 비리 수사 무력화 등 온갖 뒷말이 벌써부터 꼬리를 문다면 이 상황은 심각하게 돌아봐야 할 문제다. 국민이 원한 것은 정권 유불리를 떠난 검찰개혁이었지 당정청의 무소불위 독단 정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검찰 중립성 훼손으로 시비가 붙어서는 개혁의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조국 수사가 일단락된 이후에 절차적 정당성을 충분히 확보해서 개혁안을 추진해도 결코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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