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이어 사망설 보도까지 나오자 처음 건강이상설 의문을 제기한 대북전문가가 근거없는 언론보도라며 책임있는 태도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교안보특보도 김정은 위원장이 건강하다고 했고, 김연철 통일부장관도 북한에 특이동향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정은 위원장 건강이상설 관련 반론이 계속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27일 오전 내놓은 분석자료에서 2014년 김정은 위원장 건강이상설에 빗대어 이같이 밝혔다. 정 센터장은 지난 2014년 9월3일의 모란봉악단 신작음악회 관람 이후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약 40일 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점을 들어 ‘베이징을 중심으로 조명록 전 북한군 총정치국장이 쿠데타를 일으켰다’ ‘황병서의 김정은 연금’ 등의 황당한 소문이 나왔다고 전했다. 당시 조명록은 이미 4년 전 사망했다. 그는 2014년 이 같은 김정은 건강문제 관련 혼란이 북한체제의 폐쇄성과 일부 전문가, 언론의 신중하지 못한 분석 태도가 작용한 결과였다고 지적했다.

정 센터장은 “약 6년이 지난 현재 다시 근거 없는 김정은 중태설과 사망설이 일부 전문가들과 언론 등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빠진 상태라는 정보를 미국 정부가 주시하고 있다는 20일자 CNN 보도와 중국이 김 위원장에 관해 조언하기 위해 의료 전문가를 포함한 대표단을 북한에 파견했다는 로이터의 지난 25일 보도를 들어 김정은 중태설과 사망설이 SNS와 일부 전문가들에게 의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정 센터장은 지난 14일 미사일 발사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김정은 위원장의 이튿날 태양절(김일성 생일) 중앙보고대회도 열지 않고, 참배도 하지 않아다는 점을 들어 김 위원장의 건강에 약간의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의심하게 할 수 있는 징후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센터장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지만 외국 정상들에게 계속 축전을 보내고, 북한 로동신문은 전군(全軍)에 김정은의 ‘유일적 영군체계(領軍體系)’를 더욱 철저히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김 위원장에 대한 북한 군대와 인민의 충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지난 19일 북한은 외무성 보도국 대외보도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위원장 편지 공개에 반박한 점을 들어 정 센터장은 “이 같은 담화는 김 위원장의 승인이 없이는 발표될 수 없다”고 해석했다.

정 센터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13일 이후 26일까지 계속 원산에 머무르고 있다는 한미의 정보자산과, 북한 고위 관리의 비공식적 발언 등을 통해서도 확인이 되고 있는데, 만약 김 위원장이 중태에 빠져있다면 의료시설이 빈약한 원산이 아니라 봉화진료소가 있는 평양으로 곧바로 옮겨졌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중태설, 그리고 더 멀리 나아간 사망설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체제의 폐쇄성으로 인해 북한 내부 상황 파악이 어렵다 해도 일부 전문가나 언론이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과 통치에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다양한 정보들을 무시하고 일부 소식통에만 의존해 김정은 ‘중태설’이나 ‘사망설’을 확산시키는 것은 결코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 관련 근거 없는 루머의 확산을 잠재우기 위해 한국과 미국 정부는 신속하게 신뢰할만한 대북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3월 최고인민회의 투표하고 있다. ⓒ3월12일자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3월 최고인민회의 투표하고 있다. ⓒ3월12일자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정 센터장은 지난 17일 김정은 위원장의 태양절 금수산 태양궁전 참배 불참과 관련해 “불경ㅅ러운 사건이 발생했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이나 신변에 적어도 일시적으로나마 이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도 26일 보도한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 입장은 확고하다”며 “김정은은 살아있고, 건강하다”고 밝혔다. 문 특보는 “그는 4월13일 이후 원산에 있으며 의심할 만한 움직임(특이동향)이 지금까지 탐지되지(식별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중앙일보도 27일자 1면 기사 ‘김연철 “김정은 군 완전통제…특이동향 없다고 자신”’에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26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가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한 건 기술 정보를 포함해 복잡한 과정을 거쳐 정보 평가를 한 것”이라며 “정부는 특이 동향이 없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정보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고 썼다. 이 신문은 김 장관이 한반도평화만들기(이사장 홍석현)가 개최한 ‘한·중 비전 포럼’에 참석해 “정보 평가의 과정과 근거에 대해선 그 특성상 공개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같은 날짜 1면 머리기사 김정은 ‘‘코로나 파천’… 석달째 평양 떠나 지낸다’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월 말 이후 평양을 떠나 있는 상태라고 복수의 정부 관계자가 26일 확인했다고 썼다. 이 신문은 정부 관계자가 26일 “김 위원장이 1월 말 무렵부터 평양에 거의 머물지 않았다”면서 “일이 있을 때만 평양에 들어가는 패턴을 보였다”고 밝혔다고 썼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평양을 떠난 시점은 북한이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한 시점과 대체로 일치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둘러싼 온갖 관측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김 위원장 잠행의 이유가 건강 문제보다는 코로나19 사태일 가능성에 조심스럽게 무게를 싣고 있다”고 내다봤다.

청와대와 NSC도 27일 오전 현재까지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관련, 북한 내부에 특이동향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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