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과거 고 이한빛 PD에 의한 성추행 사건에 대해 피해 당사자에게 사과하는 입장문을 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tvN 조연출로 방송업계 문제를 지적하며 세상을 떠난 고 이한빛 PD의 뜻을 이어 설립된 단체로, 방송사 및 미디어 산업 비정규직 및 취약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와 방송 제작 환경 개선을 위한 활동을 한다.

한빛센터는 지난 17일 <과거 이한빛 성폭력(성추행) 사건에 대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의 입장>을 냈다.

한빛센터는 “사건에 대한 언급과 입장 표명 없이, 법인이 만들어지고 활동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분이 겪었을 괴로움과 어려움에 대해서 센터는 깊은 책임을 느낀다”며 “피해자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사진출처=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홈페이지.
▲사진출처=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홈페이지.

한빛센터는 “연대 단체의 활동가들을 통해 이한빛 PD의 방송사 취업 전, 사회운동을 하던 2012년에 저지른 성폭력(성추행) 사건에 대해 인지하게 됐다”며 “센터 창립 당시 준비팀 일부가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 내용을 알지 못했고, 당시 고인이 속한 조직을 통해 사건 처리와 징계 조치 등이 진행돼 종료된 사안이라고 보고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센터는 “센터가 설립되고 활동을 이어가는 동안 피해자 분이 느꼈을 고통과 부담에 대해 센터가 온전히 짊어지고 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고인의 성폭력(성추행) 사건은 명백하게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가해 행위였으며, 이와 관련해 피해자 권리가 침해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센터는 고인의 죽음에 대한 상징성에 기대어, 그 죽음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받은 보상금에 기반해 활동해왔다. 한빛센터는 고인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한 열악한 방송 노동 현장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 지점을 성찰하며 센터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돌아보고자 한다”고 했다.

센터는 “향후 사업과 활동에 있어서 이를 위한 노력을 최대한 기울이겠다. 추모행사는 한빛센터가 기억하고자 하는 죽음의 성격을 분명히 하면서 개인에 대한 추모를 넘어 사회적 죽음에 대한 싸움과 방송 노동 현장의 변화를 환기하는 것에 집중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이어 “한빛센터의 활동을 아낌없이 응원하고 연대해주셨던 분들께도 송구스럽다”며 “추후 계속해서 성찰하고 논의하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보다 더 나은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빛미디어노동센터에서 지난 17일 낸 입장문. 사진출처=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홈페이지. 
▲한빛미디어노동센터에서 지난 17일 낸 입장문. 사진출처=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홈페이지. 

한빛센터에 따르면 센터는 지난해 5월 사회운동단체와 노동조합 활동가들로부터 이한빛 PD에 의해 발생한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 센터의 공식 입장을 밝히라는 취지의 문제 제기를 접했다. 센터는 이후 피해 당사자에게 접촉해 의견을 청했고, 내부 논의 끝에 9개월여 만에 입장문을 냈다.

피해 당사자 측, 사건에 대한 공개 의견 표명 요청해

피해 당사자는 센터 측의 의견 요청에 제안 사항으로 △사건에 대한 공개 의견 표명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명칭 변경 △추모 행사를 미디어노동 실태 환기 성격으로 변경 등 3가지 방안을 전달했다.

김영민 한빛센터 센터장은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입장문을 낸 배경에 대해 “피해자 분의 의견이기도 했고 내부에서 논의한 부분이어서 입장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추모 행사를 개인이 아닌 사회적 의미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준비할 계획이며, 내부 이견 등을 이유로 센터 명칭 변경은 어렵다는 취지로 답변을 전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A씨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사건이 발생 당시 운동사회 안에 공론화됐기에 이 사건을 아는 이들이 많았다. 센터가 만들어진 뒤 지속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고, 센터에서 입장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답변이 어려웠다”고 했다. A씨는 “센터가 이 사건을 조직 차원에서 고민하고 정비해 활동이 성 인지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빛센터에서 상근했던 성상민 문화평론가·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활동가는 한빛센터 입장문을 두고 SNS를 통해 “특정한 인물을 중심으로 세운 조직은 언제나 쉽지 않은 리스크를 내재한다”면서도 “그러나 공적인 영역에서 보편적 문제의 해결과 구조 변혁을 고민해야 한다면 한빛센터가 입장문을 낳게 한 문제 제기를 고민해야 한다. 센터 차원에서 이런 입장문을 낸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겠지만, 센터의 반성과 변화 의지는 잘 담겨 있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쉽다”고 밝혔다.

성 활동가는 “입장문까지 발표한 지금 다시 2023년 이후의 센터를 생각하는 논의의 장이 열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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