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영화·독서 등 문화예술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예산 심사를 앞둔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더불어민주당 측은 문화·예술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역시 정부 예산안에 철학과 방향성이 없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문체위는 이달 16일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이번 문화 분야 예산안의 큰 특징은 영화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정부가 영화산업을 포기한 수준”이라고까지 이야기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영화산업은 고사 위기다. 3대 멀티플렉스 영업이익은 2019년 1959억 원에서 2022년 1469억 원 손실을 봤다. 영화관 입장권 매출의 3%가 영화발전기금으로 징수되는데, 영화산업 불황이 길어지면서 덩달아 영화발전기금도 줄었다.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 설명 이미지.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 설명 이미지.

영화계 불황 속에서 문체부는 영화발전기금을 대폭 삭감하기로 했다. 전체 기금운용 규모는 2023년도 계획액 대비 954억2100만원 감액된 1345억9500만원이다. 세부적으로 기획개발지원·영화제작지원 예산이 112억5100만 원 감액됐다. 2023년도 기금은 219억7600만 원, 내년도 예산안은 107억2500만 원이다. 독립예술영화 제작지원 사업이 117억3000만 원에서 70억 원으로 줄었으며, 애니메이션 영화 종합지원 사업은 전액 삭감됐다. 민주당은 “영화산업의 안정적 제작환경의 조성 및 열악한 독립예술 영화 제작 지원을 위해 2023년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영화유통지원·해외진출지원·국내외영화제 육성 예산 역시 213억2200만 원에서 154억9800만 원으로 줄었다. 영화제 육성 예산은 올해 56억2900만 원에서 내년도 28억1500만 원으로 감액됐다. 해외 유명 영화제의 국비 지원액은 칸영화제 60억 원, 베를린 영화제 135억 원, 토론토 영화제 52억 원 등이다.

영화지원정책 예산은 올해 204억4900만 원에서 174억1100만 원으로 줄었다. 영화산업 연구를 진행하는 예산인 ‘영화정책지원’ 예산은 56억3800만 원에서 29억5700만 원으로 감액됐으며, 영화아카데미 운영예산 역시 소폭 감소했다. 문체위 민주당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영화발전기금이 고갈 상태인데, 문체부와 기획재정부가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며 “상업영화의 근본은 예술·독립영화인데, 이 예산을 깎겠다는 건 영화산업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문체위 전문위원은 최근 발표한 예산안 예비심사검토보고서에서 “다각도의 재원 확보 방안 마련을 비롯해 기금의 안정적 운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일반회계를 통한 재정지원 확대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체부가 영화발전기금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문체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독서·출판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할 계획을 세웠다. 국민독서문화 증진 지원(62억300만 원), 도서관 정책개발 및 서비스환경 개선(50억5000만 원), 파주출판단지 활성화(14억7300만 원), 지역서점 활성화 지원(8억3100만 원), 지역출판산업 육성(1억9000만 원), 출판콘텐츠 국제교류지원(39억7100만 원)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국민독서문화 증진 지원 예산이 삭감된 것을 두고 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회,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한국작가회의, 한국출판인회의 등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 예산 역시 삭감을 피할 수 없었다.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사업의 경우 803억1500만 원이 편성됐는데, 이는 올해 대비 403억9900만 원 줄어든 것이다. 학교예술강사 지원 예산의 경우 50% 삭감(287억3600만 원)됐으며, 사회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도 대부분 삭감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운영비·예술의전당 지원 예산도 각각 21.9%, 38.9% 삭감됐다.

이에 대해 문화연대·블랙리스트이후는 8일 국회에 제출한 ‘문체부 예산안 시민의견서’에서 “인건비, 시설유지비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문화예술기관 운영이라는 특성을 고려했을 때 이 정도 수준의 예산 삭감은 이례적”이라며 “문화예술기관에서 삭감된 분야가 공공예술지원, 예술교육, 국제교류 등과 같은 사업비에 집중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가 문화정책의 철학과 방향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시민의 삶의 질 향상, 사회문제 해결과 사회통합, 사회적 창의성 및 다양성 확대와 같은 문화정책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효과보다는 경제적 효과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문화정책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가치와 효과를 무시하고, 산업영역에서의 경제성과 효율성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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