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한국경제가 후원하고 이들 언론의 계열사가 주최하는 브랜드대상이 언론사 보도를 대가로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대상 수상 소식을 기사로 내려면 거액의 마케팅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확인 결과, 상을 받은 다수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동아일보·한국경제에 적게는 660만 원에서 많게는 2090만 원이 넘는 광고비를 집행하고 있었다. 포털에는 이들 지자체의 수상 소식이 담긴 기사가 나갔다.

미디어오늘은 동아닷컴·한경닷컴·iMBC가 공동 주최하고 동아일보·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 마케팅 단가표를 입수했다. 단가표에 따르면 이 행사를 담당하는 동아일보·한국경제는 기사화 여부에 따라 마케팅 비용을 다르게 책정했다.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 단가표. 편집=미디어오늘. 그래픽=Pixabay.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 단가표. 편집=미디어오늘. 그래픽=Pixabay.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은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기업·지자체·공공기관을 선정하는 상으로 소비자 온라인 투표 등 심사 절차를 거친다. 심사 신청에는 돈이 들지 않지만 최종 후보로 선정된 이후 홍보를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브랜드대상 마케팅은 베이직(500만 원), 프리미엄(1500만 원), 스페셜(2500만 원)을 구분된다. 가장 저렴한 베이직은 △소비자조사 결과보고서 제공 △신문에 수상브랜드 리스트 기재 △엠블럼 사용 권한 부여 △홈페이지 수상브랜드 등록 △시상식 초대, 트로피·상장 수여 등 기본적 홍보 수단만 제공된다.

여기에 1000만 원을 더 내면 ‘홍보 기사’가 추가된다. 동아일보·한국경제에서 특집기사가 나가고, 동아닷컴·한경닷컴에서 온라인 기사가 송출한다. 동아닷컴·한경닷컴은 네이버에 동아일보·한국경제 브랜드를 달고 기사를 내보낸다. 2500만 원 상당의 스페셜 마케팅을 신청하면 프리미엄 혜택에 더해 전광판 광고(명동·서대문), SRT모니터 광고 등과 함께 한국경제에 대표자 인터뷰기사를 내보낼 수 있다.

▲한국경제, 동아일보의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대상 관련 기사. 포털에 사회, 경제 섹션으로 분류됐다. 사진=네이버 기사화면 갈무리.
▲한국경제, 동아일보의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대상 관련 기사. 포털에 사회, 경제 섹션으로 분류됐다. 사진=네이버 기사화면 갈무리.

브랜드대상 홍보 기사는 포털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동아일보·동아닷컴·한국경제·한경닷컴은 지난해 4월 브랜드대상 수상 지자체·기업과 관련된 기사를 다수 냈는데, 여기에는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가 있었다. 수상 업체가 프리미엄·스페셜 마케팅을 했다고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경제는 지난해 4월17일 경상북도 울진군이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를 유치했다고 보도하고, 손병복 울진군수 인터뷰 기사를 냈다. 기사 부제목에는 “2023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확인 결과 울진군은 지난해 4월 ‘대표브랜드 연합광고’ 명목으로 총 1320만 원을 집행했다.

경상북도 청송군은 지난해 특산물 사과와 지자체 브랜드 두 부문에서 브랜드대상을 수상했고, 한국경제와 동아닷컴은 지난해 4월 관련 기사를 4건 냈다. 청송군은 총 2090만 원(청송사과 광고비 1320만 원, 지자체 브랜드 광고비 770만 원)의 광고비를 집행했다. 경상남도 산청군 역시 곶감과 딸기 두 부문에서 브랜드대상을 수상했고, 총 1650만 원(산청곶감 990만 원, 산청딸기 660만 원)의 광고비를 집행했다.

이 외에 영덕군(660만 원), 하동군(660만 원), 밀양시(660만 원), 충주시(660만 원), 단양군(660만 원), 진안군(1320만 원), 아산시(660만 원), 새만금개발공사(1650만 원)등이 관련 광고를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광고 내역을 살펴보면 이들 지자체·공공기관은 지난해 4월18일 동아일보대행·한국경제대행에 ‘대표브랜드 대상 연합광고’ 명목으로 광고를 집행했다.

동아일보·한국경제는 네이버에서 이들 기사를 ‘보도자료’ 섹션이 아닌 기사 섹션에 배치했다. 네이버가 콘텐츠제휴 언론사와 맺은 ‘약관’에 따르면 “광고 홍보성 정보, 이벤트 및 캠페인 콘텐츠”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금지 행위로 적시돼 있다. 또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 및 심사규정에 따르면 ‘기사로 위장한 광고 전송’은 부정행위에 해당한다. 관련 기사 5건당 벌점 1점으로, 벌점이 4점일 경우 ‘24시간 포털 노출 중단’ 제재를 받는다. 네이버에서 찾을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 지자체·기업 관련 기사는 한국경제 36건, 동아일보 9건이다.

미디어오늘은 동아일보·한국경제에 △마케팅 비용에 따라 기사화 여부가 달라진다면 ‘기사로 위장한 광고’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고 △광고성 기사는 포털 약관 위반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한국경제는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은 공정한 절차와 규정에 따라 수상업체를 선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동아일보에는 지난 19일 취재협조공문을 보내 입장을 요청했으나 답이 오지 않았다.

브랜드대상 선정위원회는 미디어오늘에 “예산상 문제로 (마케팅을) 못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기업이나 지자체를 다 다루다 보니까, 실질적으로 다 시상하기는 어렵다. 공동마케팅에 참여하는 브랜드만 시상식에 모시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련 없습니다. 그래픽=안혜나 기자.
▲위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련 없습니다. 그래픽=안혜나 기자.

각종 브랜드대상이 언론사들의 영업 수단이 됐다는 비판은 이전에도 있었다. 미디어오늘은 2019년 조선일보(소비자가 뽑은 소비자 만족 대상)와 머니투데이(대한민국 히트브랜드 대상)가 후원하는 브랜드대상 안내 이메일을 받은 바 있다. 조선일보 후원 행사의 최종 수상자로 선정될 경우 연합 광고비 250만 원이 청구되며, 머니투데이 행사 수상에는 200만 원(중소기업)~1000만 원(대기업)이 필요했다.

브랜드대상을 통해 내보낸 기사로 위장한 광고(기사형광고)가 소비자에게 피해를 야기한 사례도 있다. 2011년 상품권을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속여 678명에게 35억 원을 챙긴 ‘도깨비쿠폰 사기 사건’이 대표적이다. 도깨비쿠폰 운영자들은 한경닷컴의 ‘중소기업브랜드대상’ 수상을 홍보에 활용했다. 운영자들은 한경닷컴에 240만 원을 주고 수상 단체로 선정된 뒤, ‘한국경제신문 중소기업브랜드대상 기념 상품권 2차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피해자 35명은 한경닷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2018년 한경닷컴이 피해액의 40%를 부담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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