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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4·16 연대 사무실에서 진행된 ‘4·16 세월호참사 10주기 기자간담회’. 사진=윤유경 기자.

“이렇게 많은 기자님들을 뵈니까 왜 이렇게 반갑죠?”

안산 단원고 2학년1반 고(故) 김수진 학생의 아버지인 김종기 세월호참사 10주기위원회 공동상임위원장(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27일 ‘4·16 세월호참사 10주기 기자간담회’ 시작에 앞서 웃으며 말했다.

단원고 2학년9반 고(故) 진윤희 학생의 어머니 김순길 공동집행위원장(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사무처장)도 “‘10주기라서 이렇게 관심이 모인 건지’라는 생각으로 잠깐 슬픈 생각이 들었다”며 “이렇게 많이 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거듭 말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 10년의 시간이 지났다. 그간 참사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줄었다. 그럼에도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4·16 연대 사무실에서 진행된 세월호참사 10주기 기자간담회엔 유가족들 예상보다 많은 40여 명의 기자들이 모였다.

10년의 시간에도 진실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고 책임자는 제대로 처벌되지 않았다. 이에 유가족들은 지난해 5월31일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세월호참사 10주기위원회’를 발족했다. 10주기위원회는 완전한 진실을 밝혀내고 생명존중과 안전사회를 위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위원회는 10년 동안의 기억과 기록을 모으고, 함께한 사람들을 만나오고 있다. 

“유가족들에겐 기쁘기도, 슬프기도 했던 언론”

이날 기자간담회에선 유독 언론에 대한 당부가 이어졌다. 김종기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이 가족들을 더 아프게 했던 기억이 있다. 과다 경쟁적인 언론 취재를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던 기억도 있다”며 “자성의 시간을 가지고 제대로 된 보도를 하겠다고 약속도 했지만 그 이후로 또 마음을 아프게 하는 언론도, 가족들의 얘기를 잘 전달해준 언론도 있었다. 우리 가족들에겐 참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언론이었다”고 말했다. 

김종기 위원장은 “언론이 공정하고 가감없이 최소한 우리가 얘기하는 정도만 시민들에게 전달해도 더 바랄 게 없는 마음”이라며 “오늘의 시민이 내일은 억울한 희생자가 되지 않는 사회가 되길 바라며 10년을 해왔다. 언론이 가감없이 전달자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부탁을 드린다”고 했다.

▲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4·16 연대 사무실에서 진행된 ‘4·16 세월호참사 10주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김순길 공동집행위원장. 사진=윤유경 기자.
▲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4·16 연대 사무실에서 진행된 ‘4·16 세월호참사 10주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김순길 공동집행위원장. 사진=윤유경 기자.

김순길 위원장도 “10년을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한 사회를 외치면서 때론 모진 말을 하는 시민도 만났고, 때로는 언론인들이 왜곡 보도로 상처 주는 일도 있었다”며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10년을 견디고 견뎌 여기까지 오게됐다. 그 길에서 우리가 외치는 목소리를 잘 담아 언론이 해야 하는 몫을 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완전한 진상규명, 독립적 상설 조사기구 필요해

이 자리에선 세월호 참사 이후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달려온 지난 10년 간의 과정도 보고됐다. 이날 유가족들은 국가의 책임 회피와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음을 지적하며 독립적 상설 조사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지난 2022년 9월 3년6개월의 세월호참사 조사활동 결과를 종합한 보고서와 백서를 발행하면서 공식적인 활동을 종료했다. 당시 사참위는 국가 차원에서 중대 재난을 독립적이고 상설로 조사할 수 있는 기구를 설립하라고 권고했다.

이태호 공동집행위원장(4·16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은 “사참위에서 반드시 국가가 직접 조사하거나 독립적 조사기구를 만들어서라도 끝까지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고 권고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래군 공동집행위원장(4·16재단 상임이사)도 “국가조사기구를 세 번 만들어 조사했는데도 진상 규명이 안 됐다고 말하는데, 사실상 조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았다”며 “특별조사위원회는 조사를 할 수도 없는 지경으로 만들어 강제 종료시켜버렸고, 선체조사위원회는 기간이 상당히 짧았다. 사참위는 가습기살균제참사와 세월호참사를 같이 조사하게되니 조사 인력도 없고 기간도 짧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독립적 조사를 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하는 게 아니라 정당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사람들이 하니까 독립적 진상 규명이 안 됐다. 조사 인력은 공무원과 민간인인데, 공무원들은 자기 부처를 방어하기 급급하고 민간인은 전문 역량이 떨어지는 사람들일 수밖에 없다”며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상설 조사기구가 필요하다. 사고가 나면 즉각 투입돼 조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고 원인과 과정을 조사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고, 사법적 처벌을 해야할 상황은 처벌로 넘기는 과정이 설계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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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4·16 연대 사무실에서 진행된 ‘4·16 세월호참사 10주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김종기 세월호참사 10주기위원회 공동상임위원장. 사진=윤유경 기자.

김종기 위원장도 “어떠한 외압 없이 독립적인 조사기구가 제대로 조사한 내용에 대해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항상 밝혀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조사가 안됐고 자료도 보지 못했다. 특별수사단의 경우는 기존의 검찰 수사를 확인하는 정도였고 사참위도 조사 권한의 한계로 볼 수 있는 자료도 못봤다. 제대로 된 조사가 됐다면 언제든지 결과를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호 위원장은 지난해 대법원에서 참사 당시 해경 지휘부가 무죄 판결이 확정된 것을 언급하며 “그런 상황이 일어날 줄 몰랐다”며 “정보가 부족했다고 면책을 받는다면 앞으로 모든 참사에서 지휘 책임자들이 그렇게 면책되어야 하는가. 사건은 종결됐지만 법률적으로 추가 증거를 찾거나 법률을 바꿔서라도 지휘 책임자가 면책되는 문화를 만들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진상 규명 관련 사참위 권고는 국가가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필요한 추가 조사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국가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남김없이 공개해야 한다. 침몰 원인처럼 사회적, 과학적 논란이 되는 부분은 시민 포럼을 만들어 민간 차원에서의 진상 규명 작업과 공론화 작업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족들은 시민들을 향해 ‘일상에서의 연대’를 부탁했다. 김순길 위원장은 “지나가는 차에 노란 리본이 달려있으면, 가방에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아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원동력이 된다”며 “다큐멘터리 영화도 보고 아이들이 뛰어놀았던 도심 한복판에 만든 생명안전공원에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서 ‘더 이상 반복되는 참사가 없어야 한다’는 교육의 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문정 공동상임위원장(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도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분노했던 건 이게 ‘나의 일’이라는 것”이라며 “시민들이 일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 희생자나 유족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라는 걸 늘 기억하고 우리 모두가 안전한 사회로 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를 기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세월호참사10주기위원회 활동 자료. 사진=세월호참사10주기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 세월호참사10주기위원회 활동 자료. 사진=세월호참사10주기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4·16 기억식’, ‘4·16 언론보도 사진전’ 등 다양한 활동 진행 예정

세월호참사 10주기위원회는 지난 2월부터 3월16일까지 전국 주요 도시를 거쳐 세월호를 기억하는 전국의 시민들 4000여 명을 만나는 ‘안녕하십니까? 진실 책임 생명 안전을 위한 행진’을 했다. 4월13일엔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을 비롯해 안산, 인천, 팽목항, 제주 등 전국에서 동시에 ‘4·16 기억문화제’를 진행한다.

참사 10주기 당일인 4월16일엔 오전 11시 인천 일반인희생자 추모관 앞에서 일반인희생자 기억식, 오후 3시엔 경기도 안산에서 ‘4·16 기억식’을 진행한다. 오후 4시부터는 서울 기억공간 앞에서 방문객들을 위한 시민기억식을 약식 진행한다. 기억식에선 영상과 현장 참여자들을 합해 총 4160명의 시민합창단을 구성할 계획이다.

이달 29일부터 5월5일까진 안산 문화예술의전당에서 ‘기억물품 특별전시’를 진행한다. 4월12일부터 28일까지는 서울 인사동 아르떼 숲 갤러리에서 ‘4·16 언론보도 사진전’을 개최한다. 안산 화랑유원지에 설치될 4·16생명안전공원은 올해 10월 착공 예정이다. 부지에선 4월13일부터 16일까지 무대를 만들어놓고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전국 기억 장소 10곳을 지켜온 시민들과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10년의 사람들>은 3월 내 발간 예정이다. 세월호가족협의회의 10년을 기록한 10주기 공식기록집 <520번의 금요일>, 세월호 생존자·형제자매 또는 곁에 지켜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는 내달 6일 북콘서트가 예정돼있다. 장편영화 <바람의 세월>, 장편 극영화 <목화솜 피는날>, 단편 옵니버스 영화 <세 가지 안부>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위원회는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후보자들에게 이태원특별법 제정,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권고 이행 및 추가 조사,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요구하고 이를 약속하는 인증샷을 모으는 활동도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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