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의원 뱃지. ⓒ 연합뉴스
▲ 국회의원 뱃지. ⓒ 연합뉴스

정권이 바뀌고 선거의 계절이 되면 어김없이 그들이 돌아온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도 새로운 전직 언론인들이 나섰다. ‘폴리널리스트’라는 용어는 그 자체로 한국 언론과 정치권을 향한 불신의 근원을 보여준다. 동시에 모든 언론인 출신 정치인에게 따라붙는 일률적 비난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한계도 지적된다. 미디어오늘은 4·10 총선을 앞두고 전직 언론인의 정치권 진출 현황과 문제, 대안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제헌 국회 시절부터 언론인은 정치인을 배출하는 주된 직군으로 굳어져왔다. 이명박 대선 후보가 언론인 출신이 대거 포함된 공보팀을 꾸린 2007년부터는 정치권으로 직행한 언론인을 ‘폴리널리스트(politics+journalist)’로 호명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 꾸려진 18대 국회부터 현 21대 국회가 구성될 때마다 새로 수혈된 언론인 출신 인사들 면면을 보면 거대 양당이 번갈아 몇몇 언론사 출신의 인사들을 끌어오는 양상이 반복된다.

지난 18~21대 초선 국회의원 중에서 언론사 임직원 출신은 총 48명, 이 가운데 43명이 기자 출신으로 나타났다. 여러명의 국회의원이 배출된 언론사는 KBS가 9명으로 가장 많고, MBC가 8명, 중앙일보 5명, 조선일보 4명, 경향신문·한겨레·동아일보·SBS가 각각 3명 순으로 나타났다. 기자 출신의 경우 상당수가 정치부 경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8~21대 국회에서 처음 당선된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들의 출신 매체. 단위=명 (출신 매체 중복 포함) / 기준=주요 지상파·종편·보도전문채널·종합일간지
▲18~21대 국회에서 처음 당선된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들의 출신 매체. 단위=명 (출신 매체 중복 포함) / 기준=주요 지상파·종편·보도전문채널·종합일간지

이명박 정부 들어 구성된 18대 국회(2008년 5월30일~2012년 5월29일)에선 이명박 대선 후보 캠프 및 대통령직인수위 출신 인사들이 대거 여당으로 이동했다. 언론계 출신 14명 중 10명이 한나라당 소속, 그중에서 6명(강승규·이정선·허원제·김영우·김효재·유정현)이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를 거쳤다. 출신 이력은 KBS(4명), 조선일보(3명)에 집중됐다. KBS 출신의 경우 한나라당 출입기자였던 신성범, 정치외교팀 외교안보데스크였던 안형환 의원이 공천 직전 사표를 냈다.

통합민주당 소속으로는 과거 전라매일 편집국장에서 전북 정무부지사로 직행했던 장세환, MBC 기자·사장 및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강원도지사 등을 지낸 최문순 의원 등이 당선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이었던 19대 국회(2012년 05월30일~2016년 5월29일)에선 9명의 전직 언론인이 첫 당선됐다. 새누리당 5명 중 3명(김형태·박대출·이상일), 민주통합당 4명 중 2명(배재정·박광온)이 정치부 차장급 이상 경력자다. 새누리당의 경우 중앙일보 출신이 두 명(길정우·이상일)으로 이상일 의원은 비례 공천 발표 직전까지 논설위원으로서 칼럼을 썼다. 길정우 의원은 2007년 박근혜 대선 후보 경선 캠프 출신이다. 서울신문 퇴사 직후 전략공천된 박대출 의원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친분설로 부상했다.

19대 국회는 MBC 출신의 민주당 계열 정당 진출이 눈에 띄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뉴스데스크’ 앵커 출신으로 2011년 정년퇴직한 신경민 기자가 당선됐다. MBC 정치 전문기자 출신인 박광온 논설위원은 퇴사 직후 총선에 도전했다 낙마,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20대 국회(2016년 5월30일~2020년 5월29일)에선 언론인 출신 초선 10명 중 5명이 야당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민주당 초선 5명 중 2명은 정치부 경력이 있는 MBC 기자 출신으로 새정치민주연합 등에서 활동해온 김성수·최명길 의원 등이다. 내일신문·시사저널 출신 김종민 의원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행정관·대변인 출신이다. 국민의당에선 중앙일보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 청와대 국내언론비서관·대변인 등을 지낸 박준영, 경향신문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국무총리비서실에서 일한 이용호 의원이 당선됐다.

당시 새누리당 소속으로는 KBS ‘뉴스9’ 앵커 출신으로 2014년 ‘오전 편집회의 후 오후 대변인 인사’ 논란을 불렀던 민경욱 의원이 당선됐다.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인 강효상 의원은 논설위원으로 일하다 새누리당의 비례 공천 발표 직전 사표를 냈다.

▲ 국회 전경.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자료사진
▲ 국회 전경.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자료사진

문재인 정부 들어 구성된 21대 국회(2020년 5월30일~2024년 5월29일)에선 언론계 출신 초선 15명 중 8명이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비례위성정당) 소속이다. KBS 출신으로는 2017년 퇴사 후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에 합류, 청와대 부대변인·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의원(전 아나운서), KBS 부사장에서 물러난 지 약 한 달 만에 비례 공천을 신청해 당선된 정필모 의원 등이 있다. 동아일보 기자, 네이버 부사장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초대 국민소통수석인 윤영찬 의원도 당선됐다. MBC 아나운서로 일하다 2018년 퇴사해 우상호 서울시장 경선 캠프 대변인, 국민소통수석실 행정관 등을 지낸 한준호 의원도 이때 당선됐다.

미래통합당 초선 가운데 박근혜 정부 청와대를 거친 경우는 문화일보 출신으로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최형두, YTN플러스 사장에서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직행했던 윤두현 의원 등이 있다. MBC 기자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청와대 부대변인 및 제2대변인 등을 맡은 뒤 KT 전무를 거쳐 MBN 특임이사·앵커로 돌아갔던 김은혜 의원도 이때 당선됐다. 배현진 의원은 아나운서·기자로 일했던 MBC에서 2018년 3월 퇴사해 이틀 뒤 자유한국당에 입당해 정치권에서 활동하다 21대 국회의원이 됐다.

22대 총선을 앞둔 지금, 여당의 언론인 출신 초선 후보 공천이 두드러진다. 35명의 후보 가운데 절반가량(48.6%)인 17명이 국민의힘과 그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소속이다.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에선 8명(22.9%)의 언론인 출신 인사들을 공천했다. 국민의힘은 특히 YTN 출신 호준석, TV조선 출신 박정훈·신동욱, 동아일보·채널A 출신 정연욱 등 지난 연말까지 방송사에서 기자·앵커로 근무한 이들을 대거 공천했다.

대권 주자 지근거리에 있던 이들에 대한 ‘보은’ 내지 ‘전관예우’성 공천 또한 반복됐다.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이정헌(전 JTBC 기자·앵커)·안귀령(전 YTN 앵커) 후보, 국민의힘은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김기흥(전 KBS 기자·대통령실 부대변인)·하종대(전 동아일보·채널A 기자, KTV원장) 후보 등을 공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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