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을 대표하는 논객중의 한 사람인 조선일보 출판국 조갑제 부국장(현재 하버드대 연수중)이 본격적인 평가의 도마위에 올랐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언론학)는 무크지 ‘인물과 사상’ 2호(개마고원 간)에서 ‘기자 조갑제’를 해부했다.

강 교수는 이 글에서 언론인 조갑제의 정치적 측면은 물론 인간적 부분까지 포괄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조 부장을 다룬 각종 시사잡지의 기사들, 조 부장의 외부 기고문과 월간조선 기사 등 조 부장의 관찰기에 등장하는 예문은 방대하다.

그가 조 부장을 비평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굳이 다른 언론인들을 제쳐놓고 조 부장을 탐험의 대상으로 삼은 것 역시 그가 누리고 있는 명성이 조선일보의 다른 언론인들과 달리 ‘홀로서기’의 결과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강 교수는 조 부장을 “사상과 논리를 배격하고 혐오하는 철저한 실증주의자”로 규정했다. 사실을 일종의 물신으로 여기는 이른바 ‘사실 물신주의’(fact fetishism)를 숭배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어떤 원칙에 근거해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일어나는 즉물적인 팩트에 의해 반사적으로 반응하고 그에 따라 생각을 만들어낸다고 본다.

그는 조 부장이 80년 국제신문에서 해직된후 월간 ‘마당’ 편집장을 거쳐 조선일보에 입사한 83년부터 조선일보라는 프리즘을 통해 세상을 보게 됐다고 분석했다. 사실 물신주의가 뿌리 깊은 조부장이 조선일보라는 새로운 작업환경에서 취재 영역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가령 마당지에서 일할 때 기존 거대 매체들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하지 않았지만 조선에 들어간후 이러한 글은 좀체 찾아볼수 없었다.

대신 안기부와 파이프 라인을 형성하고 이승만, 박정희, 대북 문제등에 관해 근본적인 인식을 바꿨다. 강 교수는 조 부장이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논쟁을 기피하는 풍토가 뿌리깊은 우리 사회 현실에서 논쟁을 좋아하고 화끈하게 할 말을 다하고 마는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한 마디로 체면을 존중하는 보신주의가 조선일보와 조갑제로 대표되는 월간조선을 키웠다는 것이다.

호전적인 조 부장이 진보적 지식인들을 대상으로 가진 ‘폭력적 인터뷰’는 조 부장의 오늘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조 기자의 논리력이 아무리 형편 없을 망정 논리력에 있어서 김정남 전 청와대 수석은 조 기자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김수석은 가슴만 뜨거웠지 머리가 약한 사람이다. 김영삼 대통령을 아버지 모시듯이 흠모하는 김 수석이 우리는 위대한 대통령을 만났다며 거의 울먹이기까지 하는데엔 나부터 견디기 어려웠다.” 강 교수의 지적이다.

월간조선 94년 6월호에서 조 부장과 인터뷰를 가진 김 수석은 수세적이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반면 조 부장은 단순히 질문자의 입장을 떠나 시종 자기논리를 전개했다. 강 교수는 이것을 “조 기자가 김 수석을 ‘먹이’로하여 진보적 지식인 전체를 빨갛게 물들이고자 안달을 한다”고 표현했다. 한완상 전 통일원 부총리도 마찬가지였다.

연장선상에서 강 교수는 조 부장이 최근 단정적인 어투와 논리의 비약이 자주 눈에 띈다고 해석했다. 예를 들어 지난 2월 15일 조선일보에 실린 ‘황장엽의 첫 문장’ 등이 대표적인 실예다. 극단적인 논리를 펴고 있다는 것이다. 조 부장답지 않게 ‘팩트’가 아닌 ‘관점’을 우선시하는 기사가 대북 문제 등에서 자주 엿보이고 결과적으로 이는 조 부장 스스로가 밝혔듯이 “호기심과 명예욕”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언론계의 뜨거운 감자 조갑제’ ‘월간조선 이전의 조갑제’ ‘사실 물신주의 이데올로기’ ‘팩트가 최고다 이거죠’ ‘안기부와의 파이프 라인’ ‘이승만 박정희 북한관의 변화 이유’ ‘한국사회의 보신주의가 키워준 조선일보’ ‘진보적 지식인에 대한 증오’ ‘논리를 대체한 선동’ ‘증오와 숭배의 달인?’ 등의 중간제목에서 비쳐지듯 강 교수의 조 부장에 대한 접근은 철저하게 각론 중심이다.

강교수는 그러나 조 부장이 평범한 기자로서는 장점이 많은 인물이라고 설명한다. 겸손함과 성실성 그리고 용기를 갖춘 기자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진보적 지식인들은 조갑제에게서 배우라는 고언을 내 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강 교수는 조 부장이 87년 이전의 조갑제로 되돌아갈것을 충고하고 있다. 고문과 사형수 얘기를 하며 그 누구보다 인권을 중시했던 당시의 기사들이 강 교수가 조 부장에게 새삼 제시해본 텍스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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